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고용시장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보다 더 큰 타격을 줬고, 실질적인 일자리 감소는 통계청 발표보다 10배 이상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팀에 의뢰한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 수 추정 및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FTE 취업자 수는 254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55만3000명)에 비해 7.6% 줄어들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의 전년 대비 감소폭(0.7%)보다 10배가 넘는다.
FTE 취업자 수는 1주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1명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고용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1주일에 20시간을 일하면 전일제 환산 0.5명, 60시간 일하면 전일제 환산 1.5명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반면 기존 통계청 고용통계는 머릿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1주일에 몇 시간만 일해도 1명이 고용된 것으로 본다. 일시 휴직자도 취업자에 포함된다. 이러한 맹점 때문에 공공부문 단시간 일자리가 많은 영국 등에서는 FTE 지표를 보조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매년 국가별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대면 서비스직이었다. 올해 3월 FTE 취업자 수는 △도매 및 소매업 ―11.2% △숙박 및 음식점업 ―14.6% △교육 서비스업 ―24.9%로 통계청 통계보다 감소폭이 2~4배 더 컸다.
일자리가 늘었다는 통계청 분석과 달리 오히려 취업자 수가 줄어든 업종도 있었다. 통계청이 3.7% 증가했다고 발표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오히려 1년 전보다 3.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발표 상 2% 증가한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5% 증가한 운수 및 창고업 역시 FTE 취업자 수는 각각 16.8%, 5.4% 감소했다.
고령자 일자리 수치에서도 통계청 수치와 괴리를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유일하게 7.4% 늘었지만, FTE 기준으로는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노인층의 실질적 고용과 소득상황이 통계청 통계보다 더 크게 악화됐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특히 이번 사태가 과거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1998년 3월 FTE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로 올해 3월(―7.6%)보다 감소폭이 적었다. 또 2009년 3월 금융위기 당시에도 ―4.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만 박 교수는 이번 사태 초기에 기업들이 대량 해고보다는 무급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대규모 실업을 막아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과거 몇 차례의 경제위기 당시 ‘미니 잡’과 같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대량 해고를 막아낸 사례가 있다”며 “단기적 대응으로서 근로시간 단축을 대량 해고에 대한 대안적 관리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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