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돈풀기 속 커지는 ‘금의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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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금값 고공행진 언제까지 갈까

“금은 가장 저평가된 자산 중 하나다. 정당한 가치는 현재의 몇 배에 이를 것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을 공격해 유명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적인 헤지펀드들이 금값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각국 중앙은행 돈 풀기에 금 값 상승 기대 커져

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1온스는 7.559돈)당 170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지며 극단적인 현금 선호를 보였던 3월 중순 1480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던 금값은 이후 빠르게 반등해 1700달러 선을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금값이 다시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는 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을 다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실물자산으로 시기나 장소와 관계없이 가치를 가지는 금은 경제위기 때마다 몸값을 높여왔다. 최근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낮추고, 전례 없는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주요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린 반면에 실물인 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내년 말까지 온스당 3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금융그룹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을 찍어내지 못한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들과 정부들이 재정적자를 확대함에 따라 18개월 내 금값 전망을 온스당 2000달러에서 3000달러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앞서 3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국제 금값이 내년 초까지 온스당 1800달러 선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며 “지금은 ‘최후의 통화’인 금을 살 때”라고 강조했다.

○ “과거 금융위기 때도 금값 급등” 국내 금시장도 고공행진


국내 금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서 1kg 금 현물의 g당 가격은 6만7300원이었다. 지난달 24일(6만8860원)보다는 소폭 하락해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지만, 올해 초(5만6860원)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하루 평균 거래량도 지난해 44kg 수준에서 올해 들어 90kg대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2018년(20kg)의 4.5배에 달한다.

금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 12개 금 관련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9.10%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전체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9.12%)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들어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끌어내리고 양적완화에 나선 이후 온스당 800달러대였던 금값은 2011년에 1800달러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돼 금 가격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금 가격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기조를 전환할 때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자현 zion37@donga.com·이건혁 기자
#금값#금융#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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