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에 도전”…삼성, 9조원 하만 인수 후 ‘빅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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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8일 0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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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0조원에 육박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신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우수한 기술과 역량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이상적이란 게 재계의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의 전장 및 음향기기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9조원대에 인수한 이후 상대적으로 M&A 시장에서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다음번 ‘빅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1분기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97조53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1년 전인 2019년 1분기 88조8300억원보다 9.8% 증가했다.

이는 단순 계산만으로 전일(7일) 기준 시가총액 2위와 4위 기업인 SK하이닉스(약 60조원), 네이버(약 35조4000억원)를 동시에 인수할 수 있는 규모에 해당된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실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M&A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와병한 이후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 부회장은 2015년부터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낸 사업재편을 주도했다. 화학과 방산 등 ‘중후장대’ 산업을 매각하는 한편 삼성전자 중심의 경쟁력 강화를 꾀한 것이다.

2016년 9월 삼성전자의 대표적 빅딜로 꼽히는 미국의 전장·음향기기 전문기업 하만 인수는 이 부회장의 작품으로 꼽힌다. 인수 금액만 약 9조4000억원으로 삼성은 물론 국내 기업 M&A 중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비브랩스, 지랩스, 코어포토닉스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각 기업들의 사업 분야도 인공지능(AI)부터 네트워크, 카메라 솔루션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하만 인수에 버금가는 1조원 이상의 대형 M&A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전자·IT 업계에서 구글, 애플, 인텔 등 경쟁사들이 앞다퉈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며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는 하만 인수가 결정된 이후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전략적 M&A를 위한 의사결정이 중단된 영향도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계열사인 삼성전기로부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PLP(패널 레벨 패키징) 사업권을 7850억원에 인수한 것이 큰 규모로 손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필요한 사업 역량 강화를 제외하곤 M&A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총수가 공개적으로 신사업 강화를 천명했으니 적극적인 자세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만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의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2019년 4월 이 부회장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을 발표한 바 있어 반도체 설계전문 팹리스(Fabless) 기업들이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보유 중인 순현금 97조원의 10%만 쓰더라도 하만 인수 금액에 버금가는 ‘제2의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중심에서 비메모리 영역으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장 및 AI 반도체 분야 등에 신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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