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4세대 방사광가속기’ 공모에서 충북 청주를 선정한 가운데 전남 나주가 탈락한 이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과기부가 1조원 대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인 가속기 공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급박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평가기준 비공개, 불공정 시비, 정치적 입김 등 여러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또 평가기준에서 입지조건에 50점이나 과도하게 배정되면서 시작부터 수도권에 인접한 충북 청주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냐는 경쟁 자치단체들의 지적도 많았다.
과기부는 지난 3월24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대형가속기 장기로드맵을 확정하고 부지선정위원회 평가기준 확정을 거쳐 3월27일 공고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 치고는 급박하게 진행했다.
평가기준에는 각 분야의 총 배점만 있을 뿐 평가항목 및 세부 평가항목에 대한 배점이나 평가방법 미 제시, 가장 투명해야 할 평가기준을 비공개해 유치전에 뛰어 든 지자체들이 준비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3월30일 개최한 온라인 설명회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질문만 받고, 평가기준은 부지선정위원회에서 논의·결정돼 변경이 어렵다는 것만 안내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평가지표의 내용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공간적 제약 없이 사용이 가능한 대형가속기를 설치하면서 위치나 접근성에 관한 평가요소가 과다했다. 실제 총 50점이 부여된 입지조건의 경우 6개의 세부평가항목 중 ‘시설 접근성 및 편의성’, ‘현 자원 활용 가능성’, ‘배후도시 정주여건’등 3개가 위치나 접근성을 위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과학자 등 방사광가속기 이용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3월 4개 시·도(인천, 강원, 충북, 전남)와 2개 연구기관(원자력연구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가속기 이용 관련자 337명을 대상으로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 타당성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 이상이 성능과 운영품질을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접근 편의성은 8.6%에 불과했다.
유치전에서 입지조건이 유리한 충북 청주는 지리적 특성과 연구기반 확보 등을 부각시켰고, 전남은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수도권·충청권·영남권에 집중된 대형 국책연구시설의 분산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전남은 6일과 7일 발표평가와 현장실사에서 이용하는 과학자들의 요구에 맞는 좋은 가속기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최적 부지와 인프라 등을 평가위원들에게 제시했다.
방사광가속기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최소 15~20년은 걸리는데 접근성이나 산업체, 연구기관 확보 등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보고, 그보다 중요한 지반 안정성, 가속기 품질 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번에 탈락했지만 전남 나주 후보지는 안전한 화강암 기반암이며, 방사광가속기 인근 클러스터 등 160만 평의 넓은 부지를 갖춰 최적지로 꼽혔다. 또 고도차가 커 부지 개발이 어려운 충북 청주 오창과는 달리, 표고 30m이하가 약 90%인 평지여서 가속기 시설을 위한 공사가 쉽고, 기간단축 효과가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호남 국회의원 당선인 등의 평가 기준의 합리적 변경 등 요구에도 불구, 방사광가속기는 결국 입지조건이 강점인 충북 청주로 낙점됐다. 충북은 2008년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실패한 경험도 급하게 추진된 이번 유치전에선 오히려 득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남으로서는 우려했던 대로 지역주권의 등가적 권리인 ‘지역균형발전’보다 지리적 기득권인 수도권 접근성 등 세부지표로 결정돼 많은 노력에도 불구,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게 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안전성과 과학자들이 이용에 편리한 최적 부지와 인프라 제공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호남 시도민들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결집했지만 접근성 등 입지조건에 과다한 비중을 둔 평가기준 등 때문에 탈락돼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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