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들이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평균 252만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사람도 만나고, 여가도 즐기며 괜찮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월 400만원 이상은 필요하다고 봤다. 현실과 이상의 생활비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11일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개소를 기념해 펴낸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법’에 따르면 퇴직자들은 월 생활비를 퇴직 전보다 약 28.7% 줄여 251만7000원 가량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의 62.8%가 씀씀이를 줄였다. 이는 센터가 지난해 11~12월 서울 등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50~64세 남녀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다. 10명에 대해서는 개별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월 200~300만원 생활비, 아쉬운 소리 안할 정도
퇴직자들은 월 200~300만원의 생활비를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먹고 사는 수준’ 정도로 인식했다. 괜찮게 생활하려면 기본 생활비뿐만 아니라 여가 지출 비용 등을 더해 월 400~500만원은 필요하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퇴직자 10명 중 6명은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 마련이 ‘매우 어렵다’는 응답 비중이 20.1%, ‘조금 어렵다’는 비중이 40.4%였다.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이 없다’는 퇴직자는 11.9%에 정도였다. 이중 74.1%가 총자산이 5억원 이상이었다.
퇴직자들의 주된 걱정거리는 의료비용(71.7%), 물가상승(62%), 자녀 결혼비용(56.2%), 자녀 교육비용(27.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었다. 소비를 줄인다는 응답이 63%로 가장 많았고, 일을 계속한다(54.4%), 가능한 저출을 많이 한다(35.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집값이 싼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주택 평수를 좁힌 퇴직자들도 전체의 절반 이상인 58.6%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이사를 하지 않은 퇴직자 중 39.5%도 이주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퇴직자들의 67.2%는 금융자산이 언젠가 소진될 것으로 봤는데, 소진시기는 평균 71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퇴직자 중 54.2%는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계속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평균 저축액은 109만5000원이었다.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는 퇴직자는 66%에 달했다. 노후자금이 충분하다는 퇴직자는 8.2%였다. 보고서는 노후자금이 충분한 퇴직자를 이른바 ‘금(金)퇴족’으로 정의했다. 금퇴족들의 월평균 생활비는 308만원으로 전체 평균 생활비 규모보다 56만원 더 많이 썼다. 금퇴족들은 모아놓은 금융자산으로 생활비를 주로 충당했다. 자가주택 보유 비중도 92.7%로 일반 퇴직자(74.0%)보다 높았다.
◇10명 중 4명, 경제활동 관두면 ‘생활비 허덕’
퇴직자들의 절반은 일손을 놓지 못했다. 퇴직 이후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한 경우가 약 55.1%에 달했다. 재취업한 퇴직자가 37.2%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을 시작한 퇴직자도 17.9%나 됐다. 어느 정도 노후 준비를 해놨더라도 미래 불안감 때문에 퇴직자들은 취업이나 창업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취업자 중 64.8%가 현재 경제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수입은 월평균 25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자 중 84.8%는 부부 가운데 1명이 경제활동을 했다. 이들의 월수입은 평균 393만7000원이었다. 10명 중 4명은 일손을 놓으면 당장 또는 1년 이내에 형편이 어려워져 생활비 마련에 허덕이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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