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주택살때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 ‘꼼수거래’에 칼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2일 03시 00분


정부, 7월부터 신고절차 강화


이르면 7월부터 법인이 주택을 구입하면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규제 지역 3억 원 미만, 비규제 지역 6억 원 미만 주택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니었다. 기존 법인이나 미성년자, 외지인의 주택 거래에 불법이나 편법이 없는지 정부 차원의 특별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과 함께 법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신고의무를 강화하는 동시에 특별조사를 추진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세금 규제 회피나 투기 목적으로 개인이 법인을 세워 주택을 매수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정부가 법인 부동산 거래에 칼을 빼내 든 것이다.


법인이 소유한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택 처분 시 내는 법인세율은 최고 35%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최고 62%)보다 낮다. 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이 법인으로 주택을 분산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한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법인 매수 비율이 급증했다. 비규제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 인천 아파트 중 법인 매수 비율은 지난해 1.7%에서 올해 3월 11.3%로 껑충 뛰었다.

이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먼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모든 법인 거래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자금조달계획서는 개인과 법인 구분 없이 규제 지역은 3억 원 이상, 비규제 지역은 6억 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제출해야 했다. 투기 목적으로 의심되는 법인 거래가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6억 원 미만 거래라 사후 조사만으로는 이런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달라진 규정은 이달 중 법령 개정을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법인용 실거래 신고서’를 따로 만들기로 했다. 지금은 법인도 개인과 동일한 실거래 신고서를 사용한다. 매도·매수인, 공인중개사 신상정보, 거래 가격 등 정도만 작성하면 된다. 예컨대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아버지가 아들이 임원인 법인에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이를 적발하기 어려웠다.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법인용 실거래 신고서에는 기존 신고항목에 법인의 자본금, 업종, 임원 정보, 주택 구입 목적, 거래 당사자 간 특수관계 여부 등을 추가로 넣기로 했다.

정부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법인 거래를 주요 타깃으로 대출 규제 위반, 탈세 혐의를 적발하기 위한 특별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에 주택을 처분했거나,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을 설립해 주택을 사들인 경우, 미성년자가 주택을 매수한 사례 등이 중점 조사 대상이다. 이번 특별조사는 지난해 12·16대책 이후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경기 안산, 시흥, 화성, 평택, 군포, 오산 등 비규제 지역 위주로 실시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법인#부동산 투기#자금조달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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