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복잡한 권리분석? ‘물건명세서’에 답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5일 03시 00분


매각기일 1주전까지 대법 사이트에
권리관계 담긴 물건명세서 공지… 가등기 등 유무도 ‘비고’로 알려줘
전입일이 최선순위설정보다 빠르면… 낙찰자가 임차인 보증금 책임져야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부동산 경매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권리분석’ 때문이다. 경매의 권리분석은 등기부에 기재된 수많은 권리 가운데 낙찰자가 인수할 게 무엇인지, 임차인이 있다면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아야 할지 분석하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등기부상 권리분석, 후자를 임차인 권리분석이라고 한다.

대다수 사람이 난해한 권리분석으로 경매 입문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권리분석을 잘못해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하는 경매사고가 빈번한 것 역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경매 제도의 기본 원리만 숙지하면 의외로 권리분석은 간단하다.

경매는 채무자가 더 이상 자력으로 빚을 청산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법원이 개입해 채무자의 자산을 공개경쟁을 통해 신속히 매각하고, 그 대금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제도다. 경매 물건이 신속하게 제값을 받고 매각되려면 원칙적으로 낙찰을 통해 권리 관계가 깨끗하게 정리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도 입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법원에서는 경매 물건의 권리관계에 하자가 있으면 위험성을 서류를 통해 공지해준다. 이 서류가 바로 ‘매각물건명세서’다. 권리분석은 학원이나 서적을 통해 복잡하게 배울 것이 아니라 매각물건명세서를 통해 한번에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

경매 절차가 개시되면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은 은행의 근저당권, 개인채권자의 가압류, 세금 체납에 따른 압류 등의 권리로 복잡해 보인다. 경매제도 취지상 이 같은 등기부상의 모든 권리는 낙찰로 말소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낙찰자가 인수할 권리가 하나라도 있다면 법원은 물건명세서를 통해 분명하게 경고해준다. 오른쪽 그림이 한 매각물건명세서다.

법원은 매각기일 일주일 전까지 대법원 경매정보 사이트에 매각물건명세서를 공지한다. 먼저 등기부상 권리분석은 물건명세서의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권리(가처분) 중 매각으로 그 효력이 소멸되지 않은 것’의 기재란을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해당란이 공란으로 돼 있거나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돼 있으면 낙찰자가 인수할 권리가 없다는 얘기다. 복잡하게 말소기준 권리를 암기하거나 법령, 판례를 분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임차인 권리분석도 마찬가지다. 매각물건명세서의 ‘최선순위설정일자’와 임차인의 ‘전입신고일자’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을지가 판가름 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낙찰자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고 대항할 수 있는 힘, 말 그대로 ‘대항력’이라는 권리를 부여한다.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있다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책임져야 하고, 대항력이 없다면 임차인의 보증금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항력은 임차인의 전입일자가 등기부상 최선순위 권리의 설정일자보다 빠르면 인정된다. 임차인이 해당 부동산에 입주할 때 등기부에 설정된 선순위가 없어 자신의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임차인의 신뢰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유치권이나 가처분, 가등기 등 낙찰자가 인수할 별도의 권리가 있다면 법원은 매각물건명세서 맨 하단의 비고란을 통해 공지해준다.

권리분석의 핵심은 입찰자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물건명세서의 안내를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원리만 알면 간단하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권리분석#물건명세서#부동산#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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