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정부 “경제 하방위험 확대”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15일 10시 07분


기재부 '최근경제동향' 5월호서 고용·수출 우려 언급
불확실성→어려움→하방 위험 확대…경기 인식 악화
구직 활동 둔화, 무역수지 적자…"경제 팬데믹 시작"
기재부 "2차 확산 우려 상존…추세 계속 지켜볼 것"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재확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인식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경제 당국의 전반적인 평가를 담은 책자에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석 달간 ‘불확실성 확대’, ‘어려움 확대’, ‘하방 위험 확대’ 등으로 표현을 달리하면서 우려의 수위를 서서히 높였다.

15일 기재부가 펴낸 ‘최근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를 보면 정부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고용 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수출 감소폭이 증가하는 등 실물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가 그린북에서 코로나19를 언급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당시에는 “확산 정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경제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가능성”이라고 했다가 3월 들어서는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 달 후인 4월호에선 각국 정부의 정책 대응으로 금융 시장 불안은 완화됐지만, 실물 경제에 대해선 고용과 수출 지표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5월호에서도 고용과 수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대외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주요국의 경제 지표 악화 흐름이 지속되고 신흥국 불안 등 리스크 요인이 확대되면서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 시장과 관련해선 불안이 다소 완화됐다는 진단을 이어갔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내수에 이어 최근 고용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4월 중 취업자는 전년 대비 47만6000명 줄었는데,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21년2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고용률(-1.4%포인트)과 실업률(-0.2%포인트)이 동반 하락하면서 경제 ‘셧다운’이 현실화하는 모습이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를 두고 “채용 일정 연기, 대면 접촉 기피 등으로 고용 시장에서 구직 활동 자체가 둔화된 것이 그 원인”이라고 밝혔다.

고용과 함께 경기 후행 지표로 꼽히는 수출 상황도 좋지 않다.

수출은 1년 전보다 -24.3% 감소한 36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3월(-0.2%) 대비 대폭 늘어난 감소폭은 집계 이래 역대 세 번째로 컸다. 반도체, 일반 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선박 등 주요 수출품 실적이 줄줄이 부진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98개월간 이어지던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멈추며 세계 무역량 위축을 증명했다. 9억5000만 달러 규모의 적자는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이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 단계다. 감염병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정리되면 ‘경제 팬데믹이 올 것”이라면서 “고용 지표가 계속해서 악화되는 가운데 세계 경기 위축으로 수출도 감소할 것이어서 코로나19의 경제 영향은 5~6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재개된다면 내수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분기 기준 민간소비(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기준)는 전 분기 대비 -6.4%,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민간 소비와 연결되는 소매 판매(통계청 집계, 3월 기준)는 1년 전보다 -8.0% 대폭 위축됐다. 승용차(53.4%) 등 내구재(14.7%) 판매는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11.9%)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4%) 소비가 부진했던 탓이다.

4월 기준 속보치 역시 암울한 모습이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2월(-84.7%)과 3월(-98.6%)에 이어 4월에도 -99.1% 대폭 줄었다. 월별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래 최대 낙폭을 매월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2017년 10월(-0.8%) 이후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국내 카드 승인액 역시 전년 대비 -5.7% 줄어 감소폭을 늘렸다. 카드 승인액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04년 5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백화점 매출액 역시 -14.7% 줄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할인점 매출액(-0.9%)도 석 달째 감소하고 있지만, 감소폭은 다소 축소됐다. 2월(36.5%)에 급증했던 온라인 매출액은 3월(23.6%)과 4월(19.9%) 들어 증가 속도가 완화되고 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2월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속보치 상으로 감소폭이 상당히 확대됐다가 완만히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위기는 보건 위기인 만큼 방역 상황과 연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에서도 2차 확산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추세를 계속 워치(watch)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 폭 둔화와 함께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기름값 하락, 무상 교육에 따른 공공 서비스 가격 하락 등으로 1년 전 대비 0.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1분기 설비투자(GDP 잠정치)는 전 분기 대비 0.2%의 증가율을 보였다. 3월에 기계류(8.1%)와 운송장비(7.2%) 투자가 모두 늘었다.

생산 지표를 보면 3월 기준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4.6% 증가했지만, 서비스업은 -4.4%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수치화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2p 내렸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2월(-1.2p) 이후 11년3개월 만에 최대 폭의 하락이다. 미래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008년 2월(-0.6p) 이후 11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0.1p)을 나타내 향후 경기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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