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규제기관 변질” 건설업계 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03시 00분


30채 이상 HUG 보증 의무화로… 서울 과천 등 분양가 사실상 통제
업계 “이참에 독점구조 깨야”… 주택건설협, 민간보증안 용역 발주
공정위 “민간에 개방” 주문했지만… 국토부 “안정성 중요 신중 접근을”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주택 분양보증을 독점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이견을 빚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시장의 ‘갑’으로 통하는 HUG의 독점 구조를 깨겠다며 민간 분양 보증기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강북종합시장’ 재개발 사업장은 최근 HUG와의 분양가 심사 난항으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다. 이곳은 1975년 조성돼 노후화된 강북종합시장을 주상복합 아파트로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이주와 철거를 끝내고, 분양이 가능한 착공을 시작했다. 하지만 3.3m²당 1900만 원대를 요구하는 시행사와 1500만 원 이하를 고수하는 HUG의 의견 차로 지금까지 분양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강북종합시장 재개발 시행사 관계자는 “마이너스 이익이 될 분양가로 인해 결국 대주(貸主)단으로부터 부도 처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물량만 4700여 채에 이르는 초대형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도 HUG와의 갈등으로 인해 7월 28일까지로 유예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조합 측이 제시한 분양가인 3.3m²당 3550만 원과 HUG의 2970만 원 사이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HUG가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30채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할 경우 반드시 HUG의 분양보증을 받도록 한 현행 주택법 때문이다. 특히 2016년부터 HUG가 ‘고분양가 관리’라는 명목으로, 서울과 경기 과천시, 세종시 등 주요 지역에 대한 분양가를 사실상 통제하면서 주택·건설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분양보증 수수료로 100억 원 이상을 내지만 사실상 서비스는 거의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주택건설협회에서는 지난달 민간에서도 분양보증 업무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주택산업연구원에 발주했다.

정부 내에서도 HUG의 분양보증 독점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적 규제에 대한 개선안’을 통해 2020년까지 국토교통부에 분양보증 시장을 민간에 개방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HUG 외에 분양보증 기관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달 말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분양은 한 번 부도가 나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HUG의 업무에 순기능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 독점 체제로 인해 본연의 기능인 분양보증 대신 분양가 규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분양보증 시장에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 보증 수수료 인하와 서비스 질 개선 등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주택도시보증공사#hug#분양가#재건축#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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