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중국 시안(西安)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멈췄던 해외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출장지로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는 시안을 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해 18일 삼성 반도체 공장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은 올해 1월 설 연휴를 이용해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사업장을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항공망이 마비됐고, 각국의 자가 격리 기준이 높아 기업인의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 코로나 쇼크속 ‘해외시장 지키기’… 中 삼성 반도체공장 증설 점검 ▼
하지만 한중 외교당국이 기업인 ‘신속통로(입국 절차 간소화)’ 도입에 합의해, 이달부터 중국을 찾는 기업인은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내 14일간 의무격리가 면제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시안에서 총 150억 달러(약 18조495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2017년부터 2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는 올해 3월 완료해 일부 가동을 시작했고, 2단계는 내년 하반기(7∼12월) 준공될 예정이다. 시안은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유일한 삼성의 해외 생산기지로 중국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통한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속 해외 출장의 적지 않은 어려움에도 시안을 찾는 것은 최근 요동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시장 지키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설 연휴에 시안 공장 증설 현장을 찾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압도적 1위 기업이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가 만만치 않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의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39.5% 수준이고, 중국 업체들은 아직 그렇다 할 양산 실적조차 내놓고 있지 못하지만 꾸준히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다. YMTC는 지난달 12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고, 이르면 올해 말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8월 양산에 들어간 기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이 확대되는 추세라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YMTC는 올해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5%로 확대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안 제2공장 증설이 지연될까 우려해 왔다. 중국이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지난달에도 중국 정부와 협의해 삼성 엔지니어 200여 명을 전세기로 시안 2공장 증설에 투입해 증설에 속도를 냈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시안 방문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중요한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미 행정부의 반도체 자급 정책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 증설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는 발 빠르게 미국에 12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삼성도 사실상 미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속 그나마 기업인 출장이 용이해 먼저 현장경영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삼성은 꾸준히 미국, 중국 모두가 중요한 시장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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