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수도권 등 규제 강화해도 공증-근저당설정으로 단속 피해
적발땐 매도자만 처벌 ‘계약 유효’… ‘로또 분양권’ 신규 수요 줄지 않아
“하급심선 ‘불법거래는 무효’ 판결… 대법원도 판례 통해 관행 바꿔야”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 씨(42)는 지난해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내 한 아파트 분양권을 지인 A 씨에게 1000만 원의 웃돈을 받고 넘겼다가 분양권 불법 전매 혐의로 적발됐다. 동탄2신도시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다. 이후 김 씨는 벌금 1000만 원을 납부했지만, A 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계약 자체도 취소되지 않고 유효한 상태다. 김 씨는 “운 나쁘게 걸려서 나만 손해를 봤다”며 “해당 주택의 현 시세는 분양가보다 1억 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분양권 전매 제한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분양권 전매 투기꾼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법 거래가 워낙 음지에서 이뤄져 단속이 쉽지 않고, 적발된다 해도 처벌 수위가 약한 탓이다.
정부는 8월부터 분양권 거래 금지 지역을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비규제지역으로 확대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비규제 지역의 청약시장이 과열될 양상을 보이자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전매 제한 기간은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로 강화된다.
이와 같은 고강도 규제에도 투기꾼들은 각종 ‘불법 꼼수’로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 있다. 약속어음이나 공증, 매도자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 설정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거나 알선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불법 수익의 3배(분양권 전매로 얻은 이익이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이런 위험 부담에도 분양권 불법 전매가 끊이질 않는 것은 인기 지역의 신규 주택 분양권이 ‘로또’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불법 거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 등이 단속을 진행하고 있지만, 불법 거래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탓에 실제 적발 건수는 많지 않다. 서울시의 경우 불법 전매 적발 건수가 2017년과 2018년 각각 18건, 19건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되는 지역이나 불법 거래 행위 제보가 접수되면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며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행위를 차단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권 불법 전매가 적발되더라도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주택법상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정이 정부 등 행정당국의 단속 규정이긴 하지만, 당사자가 합의한 계약이나 약정의 효력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 효력 규정으로 볼 근거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분양권 불법 전매가 주택시장을 교란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최근 하급심에서는 분양권 불법 전매 거래가 무효라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며 “앞으로 사회적 합의가 더 이뤄진다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례를 통해 기존 판단을 바꾸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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