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 동안 리터당 300원 넘게 내렸던 주유소의 휘발유값이 처음으로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휘발유값은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전날보다 0.36원(0.03%) 오른 리터당 1249.02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6일 전날보다 리터당 0.14원(0.01%) 오른 이후로 이날까지 5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전날 대비 0.01~0.04%의 소폭 상승이지만, 지난 16주 동안 휘발유값이 계속 하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5일 연속 상승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1월 다섯째 주(1570.0원)부터 이날(1249.0원)까지 4개월 동안 리터당 321원 내렸다.
최근까지 이어진 휘발유값 하락은 국내에 들여오는 원유의 가격이 올해 초부터 급락한 여파다. 두바이유의 경우 1월6일 배럴당 69.65달러에서 4월22일 배럴당 13.52달러로 5분의 1 수준까지 폭락했다. 원가가 낮아지면서 이를 정제한 석유제품 가격도 낮아졌다.
하지만 현재 전체 휘발유 가격의 70% 가까이가 세금이어서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하더라도 휘발유 가격이 무한정 내려갈 수는 없는 구조다. 정유업계는 주유소 등의 중간 마진을 고려하면 이제 휘발유값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본다.
실제로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가는 리터당 1249.02원인데, 여기에는 745.89원의 교통세·교육세·주행세와 10%의 부가가치세(124.90원)가 포함돼 있다. 국제유가와 관계없이 최소 리터당 870.79원(69.7%)은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얘기다.
나머지 30%는 원유에 매겨지는 3%의 관세와 리터당 16원인 석유수입부과금, 정유사의 원유 정제비용·유통마진, 주유소의 운영비용·판매마진 등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휘발유값이 하락했던 건 변동이 가능한 이런 비용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유가도 상승했기에 앞으로 휘발유값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3주 전인 지난 4월29일 리터당 17.12원이었지만 5월19일에는 리터당 33.18원까지 두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며 전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어 국제유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보통 국제유가의 변동이 국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부턴 휘발유값이 오를 이유만 남은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 변수가 아직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휘발유값이 여기에서 더 떨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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