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실질소득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국민 소득의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1배로 1년 전(5.18)보다 0.23배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가계동향조사의 소득과 지출 부문이 통합·개편되면서 2019년 이전 지표와 올해 지표의 비교는 불가능해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 평균소득을 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원 수를 고려해 계산한다. 5분위의 소득이 1분위보다 몇 배 많은지를 뜻하는 이 지표는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의 정도는 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1~3분위 근로소득이 감소한 데다가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을 합친 소득이 저소득층에서 낮게 나타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소득 분배가 악화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정부 정책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분기 소득분배는 여러 가지 경제적, 경제외적 요인이 작용했고 정부 정책 효과를 각각 분해해서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8.59배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이전소득을 합한 값인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5분위 배율에서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8.59배에서 처분가득소득 5.41배를 뺀 3.18배p가 정부 정책 효과다.
1분기 전국 가구의 소득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업소득은 9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사업소득은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하다가 6분기 만에 플러스(+)를 보였다.
전체소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52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공적 이전소득을 포함한 이전소득은 4.7% 늘어난 69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공적이전소득은 45만2000원으로 13.4% 증가했다. 이는 공적연금(국민·공무원연금 등), 기초연금(노령연금 등), 사회수혜금(근로장려금·아동수당) 등이 포함된다.
배당, 이자, 개인연금 소득이 포함된 재산소득은 22.4% 증가한 4만5000원이었다. 경조사비, 연금일시금, 복권당첨금 등 일시적인 수입인 비경상소득은 79.8% 는 15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1분위 월평균 소득은 149만8000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0.0%)을 보였다. 1분위 소득은 2018년 1분기(-8.0%)를 시작으로 지난해 1분기(-2.5%)까지 5분기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2분기(0.04%)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4분기(6.9%)까지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지난 1분기 다시 쪼그라든 셈이다.
1분위 근로소득은 51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1분위 근로소득은 2018년 1분기(-13.3%)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3분기(-6.5%)까지 7분기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4분기(6.5%) 8분기 만에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근로소득이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근로자 가구 비중이 소폭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6.9% 증가한 25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영세 인터넷 쇼핑몰 등의 매출 증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전소득은 69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2.5% 늘었다. 이 중 공적이전이 51만1000원으로 10.3% 증가했다. 사적이전은 14.1% 감소한 18만6000원이었다. 비경상소득은 1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1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3%나 증가했다. 대규모 사업장 취업자 증가, 고액 국민연금 수급 증가 등으로 근로·이전소득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5분위 근로소득은 812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반면 사업소득은 152만6000원으로 1.3% 감소했다. 재산소득은 44.8% 는 11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공적이전소득(51만8000원)이 36.2% 늘면서 이전소득(82만9000원)도 18.2% 증가했다.
차하위 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 중간계층인 소득 상위 (40~60%), 차상위 계층인 소득 상위 20~40%(4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각각 0.7%(317만원), 1.5%(462만원), 3.7%(634만2000원) 증가했다.
근로소득의 경우 2분위와 3분위에서 각각 2.5%, 4.2% 감소했다. 4분위는 7.8% 늘었다. 1~3분위 근로소득이 감소하고 4~5분위가 늘어난 건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4분위와 5분위는 사업소득이 각각 12.3%, 1.3% 감소하면서 5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123만4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9% 증가했다. 5분위 처분가능소득은 876만8000원으로 8.3% 늘었다. 실제 가구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은 세금, 공적 연금 등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돈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명목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값으로 계산된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분위의 경우 148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0% 감소했다.2003년 통계 집계 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5분위 소비지출은 468만6000원으로 3.3% 감소에 그쳤다.
소비 지출 비중으로 보면 1분위는 식료품·비주류 음료(21.8%), 주거·수도·광열(18.3%), 보건(13.8%) 위주로 지출이 많았다. 반면 5분위는 교통(14.5%), 식료품·비주류 음료(12.3%), 음식·숙박(12.3%)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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