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兆 풀리는 기안기금… 정부, 車부품 업계도 지원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5일 03시 00분


국민경제-고용에 미치는 영향 커… 정부 “예외 적용 심도있게 고민 중”
LCC엔 국책은행 대출지원 가능성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활용해 자동차부품 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가 밝힌 기안기금 수혜 대상이 아니지만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경우 지원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정부 관계자는 기안기금에는 항공 해운 외에 다른 업종을 지원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이 있다”며 “특히 자동차부품 업체는 국내 경제와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정부 지원을 심도 있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산업은행법 시행령에서 항공과 해운업만 기안기금 지원 대상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차입금 5000억 원 이상, 근로자 300인 이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국민경제와 고용 안정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관계 부처 논의를 거쳐 지원 업종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안기금 내에는 1조 원 범위 내에서 대기업 협력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특화프로그램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따라서 자동차 업종이 기안기금 대상에 편입되면 협력업체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자동차부품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고려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1, 2차 협력업체의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차 협력업체의 가동률은 평년 대비 평균 60%, 2차 협력업체는 3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도 1차 협력업체는 25∼50%, 2차 협력업체는 6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안기금 신청을 준비 중인 쌍용자동차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쌍용차는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쌍용차 고용 인원도 5000여 명으로 작지 않은 규모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 안정을 고려하면 지원하는 것이 맞지만 과연 지원 후에도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여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저비용 항공사(LCC)도 정부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항공업이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지정됐지만 LCC들은 규모가 작아 지원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그 대신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대출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국책은행도 LCC에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것에 일단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없었다면 LCC 업계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이전에도 공급 과잉으로 평가받던 LCC 시장을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국책은행 고위 관계자는 “LCC가 코로나19 이후 다시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언제까지, 얼마나 지원해야 할지 국책은행의 고민이 깊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기간산업안정기금#자동차부품#저비용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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