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론시장이 극단적으로 양극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양 극단에 있는 일부가 왕성한 온-오프라인에서 매우 활발히 활동한데 따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겉으로 드러난 여론 추이와 대다수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한국의 여론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KDI는 최근 한국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갈등을 겪으며 정치적으로 양극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를 분석했다고 연구 목적을 밝혔다. 보고서는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인의 양극화 지수는 17대 국회와 18대 국회에서 0.712점에서 0.787점으로 늘어났고 19대 국회와 20대 국회를 거치며 0.889, 0.890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양극화 지수는 ―1을 ‘가장 진보’, 1을 ‘가장 보수’로 놓고 더불어민주당 계열과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계열의 점수 차를 비교한 것이다.
정치세력간 이념 간극이 확대하는데 반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양극화 현상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념 성향에서 중도는 45% 수준이었고 ‘매우 진보’와 ‘매우 보수’는 각각 3%를 밑돌았다. 이민자 유입, 자본주의적 경쟁, 노력에 대한 인정, 동성애, 환경문제 등을 주제로 한 가치관 조사에서도 유의미한 양극화 지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2018년 조사에서 진보가 다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대통령 탄핵 등 이슈 때문에 일시적으로 정치성향이 쏠린 것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여론이 양극화됐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두고 진보와 보수 극단의 시민들의 활동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도에 비해 매우 진보, 매우 보수의 시위 참가 경험과 온라인 활동이 많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2003년부터 시작된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연도별로 재구성한 결과 ‘최근 1년간 선거 글을 온라인에서 공유했다’는 비중은 ‘매우 진보’에 10%대 초반이었지만 절대다수인 중도에서는 3% 안팎에 불과했다. ‘매우 보수’는 이 비중이 5%에 근접했다.
2014년과 2018년 ‘최근 1년간 시위 참가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선 ‘매우 진보’ 계층의 참가 비중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기부모금 참여 경험’에 있어서는 진보와 중도층의 참여 비중이 낮아진 반면 ‘매우 보수’는 참여가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우리나라의 여론과 정치가 매우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념 성향이 실제로 양극화됐다기보다는 극단적 이념 성향을 가진 이들의 활발한 여론형성 활동과 정치참여 때문”이라며 “현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과대평가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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