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최후통첩' 시한...산업부 "日 공식 답변 없어"
답변 가능성 미지수…지소미아·강제징용 등 고려 사안 많아
WTO 제소 재개 주목…우리가 패널 설치 시점 정할 수 있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수출제한 조치 철회를 요청하는 ‘최후통첩’을 던졌지만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답변이 온다고 해도 일본이 기존과는 달라진 입장을 내놓을지는 미지수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 정부로부터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시한으로 정한 이날 자정까지 일본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사실상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간 일본 측이 제기해 온 우리나라 수출관리 제도에 대한 우려와 오해를 모두 해소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재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심사를 까다롭게 보는 중이다. 액화 불화수소(불산액),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15년 만에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도 빼버렸다.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 수입국으로서 우리나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측의 논리였다.
구체적으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Catch-All)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출을 통제하는 규제다.
우리나라의 수출통제 인력과 조직 규모 등을 근거로 들며 관리 실태가 미흡하다는 점도 걸고넘어졌다. 최근 3년간 수출통제협의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도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됐다고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산업부는 이 3가지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반론을 제시했다. 따라서 더 이상 수출제한 조치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할 필요·충분조건은 모두 갖추어졌다”며 “수출제한 조치를 원상회복시키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일본 측이 기한 내에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애초 우리 정부도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규정해왔다. 단순히 수출관리 제도에 대한 보완만으로 일본의 조치가 원상회복되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재판 절차를 재개하는 강수를 둘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WTO 제소하고 양자협의도 두 차례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11월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WTO 제소 절차는 중지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관련 WTO 절차를 중지할 뿐이지 철회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사국 간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 절차의 첫 단계로 여기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재판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WTO 분쟁 절차에서 1심 재판 격인 패널 설치 시점은 우리나라 주도로 결정할 수 있다. 제소국은 피소국에서 양자협의 수락 의사를 공식 통보한 이후 60일이 지나면 WTO에 패널 설치를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제소국이 패널 설치 요청서를 제출하면 WTO 사무국은 패널 구성 절차에 착수한다. 패널 설치를 요청한 이후 처음 열리는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피소국은 패널 설치를 거부할 수도 있다.
두 번째 DSB 회의에서는 자동으로 패널이 설치되며 패널 구성 위임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패널 구성은 설치일로부터 20일 내 합의해야 한다. 합의되지 않으면 WTO 사무총장이 10일 내에 결정한다.
패널심리는 분쟁당사국과 제3국이 참여하며 6개월가량 진행된다. 이 기간은 최대 9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고 긴급 사안은 3개월 내 심리가 완료된다.
심리가 끝나면 분쟁당사국은 패널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양국이 패널보고서에 찬성하면 DSB에서 해당 보고서를 채택하고 재판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후 패소국은 DSB 권고·결정에 대한 이행계획을 보고하게 된다.
통상 패널 절차는 1~2년이 소요된다. 다만 최근 분쟁 증가로 기한이 지연되는 추세다. 또한 결과에 불복하면 WTO 상소기구로 사건이 올라간다. 이러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3~4년이 걸린다. 앞서 우리나라가 승소한 한·일 양국 간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소송도 총 4년이 소요됐다.
최근 WTO 내부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상소기구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면서 현재 WTO의 무역분쟁 해결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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