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커머스는 빠르게 혁신 중인 반면에 이를 뒷받침해야 할 물류는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오래된 물류업계에 젊은이들이 들어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39)는 “재화의 이동과 흐름이 훨씬 더 편리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은 e커머스의 통합물류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하는 회사다. 개인 단위 판매자와 중소형 창고를 연결해 상품 보관부터 포장, 발송까지 온라인 물류의 모든 과정을 편리하고 쉽게 처리해준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08년 국내 대형 통신사에 입사했지만 3년 6개월 만에 퇴사했다. 대규모 프로젝트와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어 일 자체는 매력적이었지만 대기업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는 “야생으로 나가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기 있는 학과를 졸업해 대기업 전략부서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취해 더 이상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실패해서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젊을 때 더 넓은 세상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운 좋게도 곧장 직원 30명 규모의 콘텐츠 회사 ‘대학내일’에 합류해 8년 동안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채용, 인사평가, 사내 보고체계 등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신사업을 계획하는 등 굵직한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 직원 50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며 자신감을 얻었지만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기엔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평소 관심을 기울여 왔던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은 뒤 약 1년 6개월간 준비 끝에 지난해 동료 9명과 창업에 나섰다.
“오래전부터 ‘40세가 되기 전에 창업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돈이 몰리는 e커머스 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버지도 지방에서 중소 규모 창고를 운영하셨던 터라 아예 모르는 분야도 아니었고요.”
콜로세움은 전문화된 인력과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e커머스 거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물류 과정을 저렴한 가격에 대행해준다. 일반적으로 중소 규모 혹은 개인 단위 판매자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이에 응답하고 상품을 직접 포장한 뒤 택배를 보낸다. 그러나 주문이 100건 이상 많아지면 혼자서는 상품 보관 및 재고 관리 등을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개인 판매자가 콜로세움의 통합물류 관리 솔루션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품목 정보, 주문 접수, 재고 수량 확인, 반품 관리 등이 가능해져 효율성이 높아진다. 콜로세움에 따르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판매자들은 최대 30%가량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
콜로세움은 이를 위해 교외에 위치한 중소형 창고 유휴공간을 활용한다. 중소형 창고주들은 대체로 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한 거액의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에 한계가 있어 효용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로세움의 통합물류관리 솔루션을 사용하면 창고 내 재고 위치와 피킹(창고에서 상품을 꺼내는 것), 동선 등을 알맞게 제안해 주문부터 포장, 송장 처리까지 평균 2시간 이상 걸리던 것을 약 40분으로 줄일 수 있다.
“대기업들이 다품종 대량수량에 맞는 자체 창고센터를 짓고 있어 중소형 창고들은 공실이 늘어나고 소량의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자들은 센터에 입점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시스템은 이들을 연결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죠.”
최근 콜로세움은 지난해 7월 베타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한 정식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재 경기와 충청 지역 5개 창고에서 일반상온, 콜드체인, 특수포장 등 다양한 유형의 물류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올해 말까지 창고 개수를 15개 이상 늘릴 예정이다.
박 대표는 e커머스 시장이 확대되고 구매자와 판매자의 경계가 사라지는 가운데 물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활동하는 개인 온라인 판매자 규모는 50만 명 이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개인 간 쇼핑 거래액 규모는 2017년 15조 원에서 2018년 22조 원으로 43.5% 증가했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외 유통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들은 결국 물류처리 능력을 갖춘 회사”라며 “미래엔 유통보다 물류가 (e커머스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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