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큐셀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사옥에서 지영조 현대차 사장,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이 ‘태양광 연계 ESS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두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서 쓰였던 배터리를 재활용해 가정용 및 전력용 ESS를 공동 개발하고, 태양광 기반 ESS 신사업 공동 발굴 등에 나선다.
이번 MOU로 현대차그룹은 버려지는 전기차 배터리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고, 한화큐셀은 ESS 가격을 낮추면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500회 정도 충전을 반복하면 성능이 신제품의 70∼80%로 떨어져 자동차회사가 보증하는 1회 충전당 최대 이동 거리를 충족하지 못한다. 전기차 배터리로는 계속 쓸 수 없지만 대량의 전력을 저장하는 ESS용으로는 사용할 수 있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기술과 결합하면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저변을 넓힐 수도 있다.
두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태양광 기반의 ESS를 개발해 가격을 낮춰 조기 보급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SS에는 전기차와 같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쓰는데 가격이 비싸 초기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든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가 2040년 세계 ESS 시장이 2017년보다 128배 증가한 379GWh(기가와트아워)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ESS의 안정적 보급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데 필수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약 14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한화큐셀과의 협력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OCI 등 ESS 관련 기업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차량 관련 데이터들을 외부 개발자들에게 공개, 공유하는 ‘현대 디벨로퍼스’를 열었고, 버스 및 트럭 등 상용차를 만드는 업체들에는 수소연료전지를 공유하며 수소 상용차 확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기업의 규모 및 분야와 관계없이 다양한 경영자들을 만나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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