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낸드플래시에 8조 추가 투자”… 반도체 초격차 굳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3시 00분


“시스템반도체에 10조” 11일만에 평택 낸드플래시 라인 증설 발표
첨단제품으로 언택트 시장 주도… 中추격에도 ‘메모리 1위’ 자신감
“잘하는 분야 집중-신사업 도전”… 이재용 부회장 공격적 투자 행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P2)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P2)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시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1일 밝혔다. 투자 규모는 8조 원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경기 평택시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구축에 10조 원대 투자를 발표한 데 이어 11일 만에 추가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반도체 비전 2030’을 진행하는 동시에 확실한 1위 자리를 지켜온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낸드플래시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고, 내년 하반기 V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V낸드플래시는 기존에 단층으로 배열된 셀을 3차원(3D) 수직으로 적층해 셀 사이의 간섭 영향을 대폭 줄인 점이 특징이다. 기존 2D V낸드플래시에 비해 메모리 속도와 수명, 전력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2015년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전초기지다. 부지 면적만 축구장 400개에 달하는 289만 m²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7년 완공된 1라인(P1)에선 5세대(9x단) V낸드플래시가 양산되고 있다. 회사는 새로 짓고 있는 2라인(P2)에서는 6세대(1xx단) V낸드 및 차세대 제품을 생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번 투자를 통해 메모리 시장 1위의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한국 업체들을 맹추격하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등 시장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격적인 반도체 행보도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년간 133조 원 투자, 1만5000명의 인재 채용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이후 경기 화성사업장과 중국 시안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달 6일 기자회견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이후 즉각 집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 투자에 앞서 진행된 평택 파운드리 생산라인 조성 발표 당시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늘어나는 낸드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 우위를 지속한다는 차원도 있다.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으로 데이터 사용이 급격히 늘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에도 ‘스테이앳홈 이코노미(Stay-at-home economy·재택경제)’가 지속되면서 서버 중심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해 미래 시장 기회를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함으로써 국가 경제와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V낸드플래시 메모리란? ::

기존에 단층으로 배열된 셀을 3차원(3D) 수직으로 적층해 셀 사이의 간섭 영향을 대폭 줄이고 기존 2D V낸드플래시에 비해 메모리 속도와 수명, 전력 효율성을 크게 개선한 낸드플래시.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삼성전자#낸드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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