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250억원 가량의 체불임금이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스타항공은 3개월 넘게 임직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제주항공과 서로 체불임금을 부담하지 못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발표한 제주항공은 당초 올해 1월 안으로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연이 거듭되면서 현재까지도 인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이다. 이로 인해 지난 4월29일 예정이었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대금 납입일을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내외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거래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늦추는 이유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자금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올해 1분기 제주항공은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유동성 공급을 위해 최근 17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까지 발표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 대주주에게 책임 경영을 요구하며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두 자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체불임금은 25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임직원의 임금을 40%만 지급한 데 이어 3월부터는 임금을 100%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운영비 부족으로 여객 운영도 전면 중단한 상태로 4월부터는 휴업을 이어오고 있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인수자인 제주항공에 체불임금 해결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업황이 악화되며 오히려 임금체불 문제가 인수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미지급 임금은 모두 인수자가 해결하기로 한 게 사실이지만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AK홀딩스 대표 변경 등 사유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추가적인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측 역시 임금체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8일 직원들에 보낸 메일에서 “대주주 사재출연 등의 문의를 했지만 지난 3월 SPA 체결 시 깎은 150억원이 이미 마지노선 수준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주주가 사재출연을 거부한 셈이다.
이에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체불임금 문제를 임직원들에게 넘겼다. 지난달 27일 근로자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경영진은 4~6월 정상근무 수당을 제외한 휴업수당 반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휴직수당은 150억원 가량으로 나머지 100억여원은 대주주와 사측이 어떻게든 마련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입장차가 팽팽해 임금을 체불당한 직원들만 피해를 떠안고 있다. 이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측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근로자대표측 직원은 “임금체불로 인수가 늦어져 6월 이후 무효가 될까 걱정된다”며 “그렇게 되면 파산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라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 직원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9일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지난 2~3월 체납된 임금 관련, 시정지시를 받았다.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지난 4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150명의 임금체불 진정서를 조사한 결과,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며 “오는 9일까지 150명 미납금 21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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