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슬로우 다운(천천히 행동하기)’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해야 한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3일 전 직원이 참여한 온라인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전을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주요 대기업 중 ‘전 직원 재택근무’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SK텔레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 혁신 드라이브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전 영역에서 구 시대 공식을 모두 깰 때”라며 근무 형태의 ‘파괴적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박 사장은 직원들을 굳이 회사 본사 등 사옥까지 나오지 않고, 집 근처 10~20분 거리의 거점 오피스에서 일하는 것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월 시작한 재택근무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 혁신을 정교화하는 ‘디지털 워크 2.0’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거점 오피스 확대는 비대면 타운홀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이 거점 오피스에 모이면 융합적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의사결정구조와 인사평가에도 ‘파괴적 변화’를 예고했다. 회사 서비스위원회 산하에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참여하는 ‘주니어 보드’를 신설하기로한 것이다. 모든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겠다는 실험적인 행보다. 또 이동통신 경쟁력을 가입자당 월매출(ARPU), 가입자 수나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평가하던 관행을 바꾸기로 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각 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신 평가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박 사장은 “전 세계적 언택트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ICT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동통신부터 뉴 ICT사업, 기업 문화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 실험은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구글코리아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지사들은 3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달 30일까지 재택근무 체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각각 주 2회, 주 1회 회사 출근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게임사 펄어비스도 당초 5일까지였던 재택근무 기간을 12일까지 일주일 연장한다. 넥슨도 주 2일 재택근무하고 3일만 회사로 출근하는 현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NHN은 매주 수요일마다 재택근무를 하는 ‘수요 오피스’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IT 기업 관계자는 “트위터 본사가 영구 재택근무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국내에서도 사실상 주 4일 출근제를 안착시키는 회사가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단기간에 완전히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근무형태가 ‘뉴 노말’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택트 근무는 전통 대기업에서도 확산세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5일 대기업 최초로 주 1회 재택근무 정례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택근무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례화가 추진됐다. 신 회장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선택해 재택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1회 재택근무 정례화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어디에서 일을하고 있던지 업무 효율성을 유지하고 혁신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