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송금’ 피해 올 1~4월 6만건… 1300억원으로 1년새 25% 증가
“고령자 스마트폰 피해 늘어나”… 피해자 절반은 돌려받지 못해
구제법안도 20대 국회서 폐기… 반환 거부땐 소송外 대응방법 없어
A 씨는 아직도 3년 전 일만 생각하면 후회가 된다. 한 번의 실수로 잘못 부친 돈을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2017년 지인에게서 빌린 돈을 전 직장 동료 B 씨에게 잘못 송금한 게 화근이었다. B 씨 전화번호가 바뀐 탓에 연락도 안 됐다. B 씨의 계좌를 관리하는 은행에서도 반환을 거절당했다. 은행 직원은 “예금주 동의 없이 우리가 임의로 출금해 반환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B 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이미 돈을 써버린 탓에 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결국 민사소송(부당이득 반환청구)을 제기해 1년 만에 채권압류 및 추심 판결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B 씨 계좌 잔액이 150만 원 미만이라 민사집행법에 따라 압류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 ‘언택트 금융거래’ 늘면서 착오송금 20% 증가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계좌번호나 계좌명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생기는 착오송금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은행 창구 대신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게 된 올해도 마찬가지. 4월까지 금융결제원에 접수된 착오송금 피해 건수는 5만9723건, 액수로는 1299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9645건, 1037억 원)과 비교하면 건수는 20.3%, 금액은 25.3% 증가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금융거래가 늘면서 피해도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회사원 김모 씨도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보낸 150만 원이 모르는 사람의 은행압류 통장으로 잘못 입금되면서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이미 출국해 버린 외국인의 국내 계좌로 돈을 잘못 입금해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고령의 피해자들도 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 반환 거부 시 민사소송 외엔 방법 없어
2018년 이후에만 약 12만 건의 피해가 접수됐지만 이 중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착오송금 피해는 지난해 말 기준 6만6430건, 피해액은 1233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 2명 중 1명은 여전히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착오송금한 돈을 돌려받으려면 피해자가 직접 계좌주 은행에 신고→은행에서 계좌주에게 연락→반환 요청의 순서를 거치는데, 이때 상대방이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 민사 소송 등 법적 절차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시일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피해금액보다 변호사 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다.
피해가 늘어나자 예보가 나서 신속한 해결을 도우려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이던 ‘착오송금 구제법’(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함께 폐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예보는 착오송금 상대방의 연락처와 주소를 확보한 뒤 자진반환을 안내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갖게 된다.
예보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해보니 피해자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은 것은 물론, 구제도 신속히 이뤄졌다. 하지만 법안이 폐기되면서 예보가 개입할 근거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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