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니콜라’ 투자로 수소사업 진출…지분가치 7배이상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17시 20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11월 1억 달러(약 1205억 원·전체 지분의 6.13%)를 투자한 미국의 수소 트럭 업체이자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니콜라’의 기업가치가 나스닥시장 상장 첫날인 4일(현지시간) 122억 달러(14조 6949억 원)를 기록했다. 한화에너지와 종합화학이 보유한 지분 가치 역시 7억5000만 달러(9034억 원)로 7배 이상으로 뛰었다.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그룹이 또 다른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인 수소사업에도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대박’의 시작은 2018년 초 한화의 미국 현지 벤처투자 전담조직의 보고서였다. 미국의 유망 벤처기업 발굴을 담당하는 이 조직은 수소사업의 장밋빛 미래와 함께 당시만 해도 설립 3년이 채 되지 않았던 니콜라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보고서에 담았다. 계열사 간 논의 끝에 북미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장을 고민하던 한화에너지와 신규 해외 진출을 추진하던 한화종합화학이 공동 투자하는 큰 틀은 완성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기엔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때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이 나섰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이후 태양광사업을 담당해 온 김 부사장은 평소 외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사장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수집에 나서는 동시에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을 만나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니콜라의 비전과 한화의 미래 사업 방향이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부사장의 측면 지원으로 한화의 니콜라에 대한 투자 결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83년생인 김 부사장과 81년생인 밀턴은 지금까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에 이어 독일 보쉬, 이탈리아 CNH인더스트리얼 등으로부터 잇달아 투자를 따낸 니콜라는 현재 수소 1회 충전으로 약 1920km 운행이 가능한 수소트럭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배터리 트럭 등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미국과 유럽의 전기배터리 트럭 시장에 진출한 뒤 이르면 2023년 수소트럭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를 기반으로 한 물류사업을 위해 2027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수소충전소 800여 개를 짓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화는 니콜라 상장을 계기로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김 부사장이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도 사업 확장의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큐셀부문은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모듈 공급을, 첨단소재부문은 충전소 및 트럭용 수소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 계열사들이 보유한 역량의 극대화를 통해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은 물론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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