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자산가 24명 세무조사
법인 자산을 사주일가가 사적 유용… 자녀 SNS 자랑에 덜미 잡히기도
80대 부모-가족 임직원 허위 등록, 5년간 45억원 급여 지급한 경우도
A 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며 법인 명의로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 등 6대의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다. A 씨의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 2명은 16억 원 상당의 고급 차량 6대를 돌아가며 ‘가족 자가용’처럼 이용했다. 국세청은 A 씨가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짙다며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B 씨 역시 13억 원 상당의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가 쓰도록 했다. 이 대학생 자녀는 고급 유흥업소를 다니며 스포츠카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랑해 오다 결국 세무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처럼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자산을 자기 돈처럼 사적으로 유용한 자산가 24명을 세무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들은 1인당 금융자산 52억 원, 부동산 66억 원, 주식 1344억 원 등 평균 1462억 원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회삿돈을 개인 용도로 마구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최근 들어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고가 부동산이나 소위 ‘슈퍼카’를 회사가 아닌 사주 일가가 이용하는 사례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집중 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앞서 4월에는 부동산 법인을 이용해 자녀에게 고가 아파트를 증여하거나 다주택자 투기 규제를 회피하려 한 27개 법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는 회삿돈으로 구입한 슈퍼카를 사주 일가가 개인 차량처럼 써 온 법인 대표들이 대거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9명은 법인 명의로 총 41대, 102억 원 상당의 고급 차량을 구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이 구입비와 보험비, 유지비를 내고 이를 사주 일가가 사용하는 건 명백한 탈세”라며 “미국과 영국 등은 업무 차량을 출퇴근에 이용하는 것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하는 등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 배우자와 자녀, 고령의 부모에게 급여 명목으로 고액을 지급해 온 사례도 적발됐다.
한 식품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C 씨는 80대 후반의 부모와 가족을 임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5년간 45억 원의 급여를 지급하다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C 씨는 자녀가 유학 중인 지역에 현지 법인을 세운 뒤 자녀를 임원으로 명의만 올려놓고 유학 비용과 고급주택 임차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 간 거래 중간에 배우자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어 40억 원 상당의 이익을 빼돌린 뒤 주택과 고급 차량, 유학비 등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사주와 가족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코로나19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축소하되 이 같은 반사회적 탈세 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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