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9만 명 넘게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취업자가 석 달 연속 줄어든 건 2009년 10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임시·일용직과 청년층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감소가 지속됐으며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 집중됐던 고용 충격이 제조업으로까지 확대됐다. 실업자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93만 명으로 전년보다 39만2000명(-1.4%) 쪼그라들었다. 다만 감소폭은 지난 4월(-47만6000명)보다는 소폭 작아졌다.
취업자 수는 2010년 1월(-1만 명) 이후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가 우리 경제를 본격적으로 할퀸 지난 3월(-19만5000명) 10년 2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다. 지난 4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끝자락인 1999년 초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이기도 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 서비스업 등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됐다”면서 “감소폭은 4월보다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 보면 도매 및 소매업(-18만9000명·-5.1%), 숙박 및 음식점업(-18만3000명·-7.9%),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개인서비스업(-8만6000명·-6.8%), 교육 서비스업(-7만명·-3.7%) 등에서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도 전년보다 5만7000명 감소했다. 2018년 4월부터 21개월 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1월(8000명) 반등했지만, 지난 3월(-2만3000명)부터 내림세를 보이더니 4월(-4만4000명)에 이어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제조업은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가 있다가 올해 들어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코로나19로 다시 감소하고 있다”며 “수출입 제한이 있으면서 자동차 및 트레일러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폭이 확대된 게 가장 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3만1000명·6.0%), 농림어업(5만4000명·3.6%), 운수 및 창고업(5만 명·3.5%) 등에서는 증가했다.
연령대로 보면 60세 이상은 1년 전보다 30만2000명 증가했다. 이밖에 40대(-18만7000명), 30대(-18만3000명), 50대(-14만 명), 20대(-13만4000명) 등 전 연령층에서는 뒷걸음질했다.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55개월째 추락 중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도 -18만3000명으로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정 과장은 “청년층 취업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에서 상용직·임시직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채용과 면접이 연기되면서 취업자가 감소했다”며 “대면 서비스 업황이 부진한 관계로 청년층의 고용시장 진입도 지연됐다”고 말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전체 고용률은 60.2%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p) 내려갔다. 고용률은 지난해 5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3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전년보다 1.3%p 하락한 65.8%를 보였다.
지난달 실업자는 12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3000명(11.6%) 증가했다. 실업률 역시 4.5%로 전년보다 0.5%p 상승했다. 실업자와 실업률 모두 관련 통계 작성된 1996년 6월 이래 동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채용 재개 등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 있던 사람들이 구직 활동을 하면서 실업자와 실업률이 상승한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4.5%로 전년 동월 대비 2.4%p 상승했다. 청년고용보조지표3도 2.1%p 올라간 26.3%를 기록했다. 2015년 1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동월 기준으로 가장 높다.
종사자별 지위를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9만3000명(2.8%)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자 중 차지하는 비율이 53.7%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2.2%p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임시근로자 및 일용근로자는 각각 50만1000명(-10.1%), 15만2000명(-10.3%) 감소하며 내림세가 지속됐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1만8000명(2.9%) 증가했으나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만 명(-12.6%)이나 주저앉았다. 이는 1998년 12월(-28.1%)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코로나19로 속도가 빨라졌다. 무급가족종사자도 5만 명(-4.4%) 감소했다.
취업 시간대로 보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36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69만6000명(-7.7%) 감소했으나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54만5000명으로 62만 명(12.6%) 증가했다. 1~17시간 초단시간 취업자는 4만2000명(2.3%) 늘었다.
일시 휴직은 102만 명으로 전년보다 68만5000명(204.0%) 늘었다. 일시 휴직자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100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다만 증가 폭은 지난 4월(113만 명)보다는 축소됐다. 지난달 6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방역으로 전환하면서 중단됐던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절반 이상이 재개되면서 일시 휴직 규모가 축소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일시 휴직자는 무급 휴직이어도 복귀가 확실하고 무급기간이 6개월이 넘지 않을 경우 취업자로 집계된다. 복귀가 불분명하고 무급기간이 6개월을 넘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되지만, 복귀가 확실하기 때문에 일시 휴직자로 잡힌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일시 휴직에서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취업으로 복귀해서 일시 휴직자가 감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1654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55만5000명(3.5%) 증가했다. 다만 4월(83만1000명)보다 27만6000명 축소됐다. 통계청은 감소한 인원 중 60%는 취업자로, 나머지 40%는 실업자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32만3000명(16.5%) 늘었다. 20대(10만5000명), 60세 이상(7만9000명) 등 전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57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9000명 증가했다. 육아 및 가사도 22만1000명 늘었다.
정 과장은 앞으로의 고용 상황에 대해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으로 취업자 감소폭이 4월보다 축소됐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추세와 제조업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취업자 수 증감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5월 고용동향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세가 완화되는 등 고용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았던 대면 서비스업 중심으로 서비스업 고용 둔화가 완화된 것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으나 취업자 임시일용직 등 저소득층 중심으로 세 달 연속 감소하며 고용시장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조속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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