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빚을 내 버티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5월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16조원으로 지난 4월, 3월에 이어 속보치 통계편제(2009년 6월)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5월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이 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중소기업들이 사업체 유지를 위해 운전자금 대출을 늘리고,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실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책자금이 중소기업에 몰린 것도 영향을 줬다.
◇기업대출 증가폭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유지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5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5월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6조원 늘었다. 지난 4월(27조9000억원), 3월(18조7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5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폭이었다. 코로나19 발생 후 3월부터 6월까지 이뤄진 기업대출은 총 62조6000억원이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중소기업 대출은 13조3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 증가폭(16조6000억원)보단 축소됐지만, 5월 증가액 기준으로 속보 작성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법인·개인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 정부·은행의 지원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출은 2조7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5월 기준 2012년(3조2000원) 이후 최대 8년 만에 최대 규모다. 다만 전월 증가폭(11조2000억원)보단 크게 줄었다. 운전자금과 유동성 확보 수요가 줄었고,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회사채는 정부와 한은의 시장안정화 조치 등으로 발행 여건이 나아져 3조3000억원 순발행했다. 5월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전월(1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확대됐고, 전년동월(5000억원)과 비교해도 큰 편이다.
◇주담대, 3개월 연속 증가폭 축소
전월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던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는 5월 다시 소폭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920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원 늘었다. 대출 증가폭은 2월(9조3000억원), 3월(9조6000억원) 사상 최대치를 이어갔지만 4월(4조9000억원) 절반가량으로 축소됐고, 5월 소폭 커졌다. 5월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년동월과 같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 매매·전세 자금 수요 둔화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주담대 증가폭은 2월 7조8000억원에서 3월(6조3000억원), 4월(4조9000억원), 5월까지 내리 축소됐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월 8000호에서 3월 4000호, 4월 3000천호로 줄었고, 전세거래량도 각각 1만3000호, 9000호, 7000호로 감소했다. 같은 시기 경기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2000호에서 1만6000호, 1만2000호로 줄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2000억원 늘었다. 전월 1000억원 줄어든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5월에는 가정의 달 관련 소비 지출 등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6000억원 증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폭(3조원)에 비해 6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했지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과 같이 2000억원 감소했다.
전 금융권 주담대 가계대출은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이를 상회해 증가했지만 제2금융권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통한 대환 등에 따라 전월과 같이 2000억원 감소했다. 전 금융권 기타대출은 300억원 줄었다. 은행권 기타대출은 증가했지만 비슷한 규모로 제2 금융권 카드대출과 보험 계약대출 등이 1조2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은 주택거래량 감소 등으로 주담대의 증가폭이 전월대비 축소된 반면 신용대출은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수요와 이에 따른 가계대출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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