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끓는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급매물 기대 어려워
다급해진 매수자 "급매물이 아니라도 인기 단지는 팔려"
각종 개발호재와 저금리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자금 쏠림
정부의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의 약발이 다 한 걸까.
서울 아파트값이 10주만에 하락세를 멈춘 데 이어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도 조만간 하락 장세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급격한 매수 위축으로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만 같았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최근 급매물 소진 이후 곳곳에서 전고점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호가 상승 추세다.
아직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될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추가 급매물이 나오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어서 당분간 상승 압력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추세대로만 본다면 급매물이 추가로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정부가 이달 말까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한 만큼, 절세용 급매물이 이달 말까지 좀 더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집주인이 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반면 매수자들은 다급 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급매가 아니더라도 팔리는 분위기다.
특히 은마, 잠실5단지 등 강남 재건축을 대표하는 아파트들의 경우 이미 전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84㎡이 경우 이미 지난달 21억5500만원에 실제로 거래돼, 종전 최고가 23억5000만원을 불과 2억원가량 차이로 추격 중이다. 이 단지는 불과 한 달 전까지 만 해도 18억93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고, 저층의 경우 호가가 17억원대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에 인근에 있는 롯데캐슬리베 전용 121㎡가 이달 4일 26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종전 신고가(24억3000만원)을 1억9000만원 웃도는 금액에 손바뀜이 일어나는 등 주변 아파트 단지로도 상승 압력이 확산 중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이달 1일 전용 82㎡가 22억6100만원에 거래돼 종전 최고가(24억3400만원)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잠실5단지는 최근 종전 최고가의 턱밑에서 거래가 체결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실거래 가격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사업 추진의 적격성 조사가 완료된 ‘잠실 스포츠·MICE 민간투자사업’에 따라 주변 리센츠, 엘스 등 대단지 아파트 등은 가파른 호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가 송파구와 강남구 일대에 대한 실거래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발표하며 시장 상승 열기에 대해 경고했으나 분위기가 여전히 뜨겁다.
업계 관계자는 “잠실 인근 대단지 아파트들은 지난 주말 집주인이 한 시간 단위로 호가 조정에 나설 정도로 시장 상황이 매우 뜨겁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가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양천구 재건축 아파트 시장까지 서서히 달아오르는 등 지난 4~5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급매물 소진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당분간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표되는 글로벌비즈니스 센터, 잠실 스포츠MICE 민간투자사업 등 강남권 대형 개발 사업 발표와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영향으로 각종 교통개발 호재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상 최저금리로 인해 자산가들은 다시 주택 시장에 회귀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한층 더 난맥상으로 흐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는 “최근 꼬마빌딩 등을 매수하려고 상담을 의뢰한 고객 중에는 매입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다시 서울 강남권 아파트 투자를 고민하는 분도 여럿 계신다”면서 “ 보유세 강화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투자할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앞으로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토지보상 자금 등이 또다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유입돼 시장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벌어지던 매도-매수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도 무게 추가 점차 집주인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감정원에서 매주 조사하는 ‘아파트수급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1일 기준 수급지수가 97.0를 기록해 전주(96.2) 대비 상승했다. 이 지수는 지역 내 수급 상황을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 것인 데, 아직 기준치(100)보다 낮아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되고 있으나 지난 5월 둘째주(94.9)를 저점으로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아직 강남4구와 양천구 등 일부 재건축 시장을 제외하면 추격 매수가 제한적이고, 주변 단지로 상승 확산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개발호재 등의 영향으로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인한 매수세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강남4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거래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급매물 소화를 급반등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대출규제에 보유세 강화에다 코로나19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역별, 단지별, 거래건별로 차별화되는 등 ‘각개전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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