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전 국민 대상 고용보험 확대 방안을 놓고 저명 경제학자들이 온라인 난상토론을 벌였다. 찬반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10일 국내외 경제학 교수 32명이 패널로 있는 토론방인 ‘경제토론’에 따르면 최근 고용보험 확대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확대에 동의하는 경제학자는 응답자 23명 중 11명(48%), 동의하지 않는 학자는 9명(39%)이었다. 3명(13%)은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고용보험 확대에 동의하는 이유로는 11명 중 5명이 “고용 불안정성이 커져서”라고 답했고, 1명은 “재난에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김현철 코넬대 교수는 “건강보험이 전 국민으로 확대되는 것처럼 고용보험이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25%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인 우리나라에서 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도덕적 해이와 부정수급을 어떻게 방지할지와, 실업자가 다시 일할 인센티브를 반드시 고안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최승주 서울대 교수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더 심각할 수 있어 고용보험 가입 방향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재원 마련과 개인의 인센티브를 고려해 고용보험 재설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경제학자들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시적인 산업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의 전제조건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라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총 9명 중 4명이 “보험료 산정과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고 답했고, 3명은 “재정악화 우려”를 꼽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용보험을 고용주에 의해 고용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들에게까지 확대하면 사실상 다른 근로자들이 그 부담을 메우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재정 부담이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책무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정지원으로 근로의욕 저하의 부작용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수형 서울대 교수도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도 이미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 가입을 강제할 필요성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19로 이후 별도 지원이 이뤄져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용보험이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경제토론’은 한국경제학회가 45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주는 청람상이나 한국경제학술상을 수상한 국내외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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