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되레 강화 나선 정부…상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기업들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21시 20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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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기업에서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룰’의 강화에 나섰다. 최대 주주의 정당한 경영 활동을 위해 3%룰의 완화 또는 폐지를 주장해온 기업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3%룰은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지분이 과반인 최대주주도 감사를 뽑을 때는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다. 감사는 최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또 대주주가 3%만 지분을 행사하다보니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아예 감사를 뽑지도 못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10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일부개정안은 3%룰을 예외 없이 일괄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그동안에는 상황에 따라 일부 완화된 형태로 적용될 수 있던 사실상의 예외 규정을 모두 없앤 것이다.

3%룰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도입했다. 재계에서는 한국에만 있는 규정으로, 대주주가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받아 경영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게 건의서를 전달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최대주주 의결권만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 연합해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3%룰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3%룰은 강화하되 주주총회 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를 뽑지 못하는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감사선임 결의 요건을 발행주식의 25%에서 출석 주주의 과반수 의결로 완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기업들은 3%룰의 완화나 폐지 없이 주총 결의 요건만 완화해주면 오히려 기업이 공격을 당할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은 감사 선임의 경우 최대주주를 뺀 나머지 주주가 22%의 의결권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의결권 결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최대주주 의결권 3%보다 한 주라도 많이 모은 세력이 자기 뜻대로 감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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