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을 앞두고 조기 교체설에 시달리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외풍이 잠잠해지고 있다. 금감원 제재에 대한 은행들의 반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금융위원회와의 갈등 등으로 교체설이 파다했으나 청와대 내부에서 유임에 무게 추를 두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다만, ‘호랑이’로 불리며 연일 금융회사를 압박했던 윤 원장의 금융감독 기조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감찰로 뒤숭숭해진 금감원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 교체설에 흔들린 윤석헌… 靑 ‘유임’에 무게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당장 금감원장을 교체하지 않고 국정감사 이후 일부 금융공공기관장 교체와 맞물려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선 윤 원장 교체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라며 “일러도 국정감사 이후나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윤 원장을 중심으로 금감원에 불어닥친 외풍은 극심했다. 시작은 잇단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이었다.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사태였는데 금감원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피감기관인 은행들이 잇따라 금감원에 반기를 들며 감독 당국의 영이 서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금감원은 DLF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중징계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해당 은행이 반발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취임 초부터 윤 원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키코 관련 분쟁조정 건도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회사가 거부하며 난관에 부닥쳤다.
윤 원장 교체설에 정점을 찍은 계기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이었다. 청와대 민정은 DLF 사태와 라임 사태를 계기로 윤 원장과 일부 간부를 소환 조사했다. 민정의 이례적인 금감원 감찰이 결국 청와대가 윤 원장을 교체하려는 신호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 조직 안정화·금융시장과의 관계 회복 과제
하지만 흉흉하던 분위기는 6월 들어 급반전됐다. 청와대와 금융위 내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문재인 정부의 인사 기조, 후임자 공석 등으로 당장 교체는 힘들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강성인 원승연 전 금감원 부원장 퇴진을 물밑에서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금융위는 이달 들어 금감원에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이다. 금융위는 4일 신임 금감원 부원장 임명 당시 이례적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며 은성수 위원장이 윤 원장에게 “흔들림 없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의 금감원 감찰도 ‘윤 원장 흔들기’가 아닌 김조원 민정수석의 금감원 조직에 대한 ‘악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김 수석이 2018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시절, 금감원이 분식회계를 문제 삼았고 80억 원의 과징금 등 중징계를 맞았다. 김 수석이 직접 금감원에 사실관계를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민정의 금감원 감찰은 청와대 전체 의중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교체 위기에서 벗어난 윤 원장은 일단 남은 임기 동안 라임 사태 처리, 키코 문제 정리, 코로나19 대응 등의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라임 사태에 대한 피해자 보상안 등을 서둘러 마련하고 키코 문제에 대한 금융사 자율보상에 대해서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특히 청와대 민정 감찰로 뒤숭숭해진 금감원 조직을 안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정의 간부 징계 통보 등에 대한 대처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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