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 담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노조 권한 강화 입법도 나서… 巨與, 국회 처리 공언
재계 “전대미문의 생존 위기 속 기업 옥죄기” 반발
정부가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10일 법무부는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법개정안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감시·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나란히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고용노동부도 노조 권한을 강화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추진에 나섰다.
세 법안 모두 20대 국회에서 추진됐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폐기됐던 법안들이다. 그러나 176석의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입법화에 나섰고, 정부가 입법 예고를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40일의 입법예고 기간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당 법안들을 9월 정기국회 때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는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기업 옥죄기’ 법안을 쏟아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유턴 기업을 지원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더니 더욱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개정안들이 다 통과되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이 더 강해지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도 시달리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불이익을 줬다’며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되는데 어떻게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노조법이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 결국 막강해진 노조의 정치 파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조만간 반대 의견서를 낼 계획이다.
재계는 특히 의원 발의로 추진됐던 상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바뀐 것은 정부 여당의 강한 ‘재벌 개혁’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 옥죄기’ 법안은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더욱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번 국회 입법 목표로 ‘공정 경제’를 꼽으며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중소기업 상생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15총선을 앞두고 올해 3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공동선거 대책본부를 구성하며 21대 국회에서 ‘친노동 입법’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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