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전망… 코로나 확산에 각국 봉쇄조치 강화
구매활동 제한-통관 지연등 타격… 3차 추경 따른 국고채 불안도 지적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글로벌 교역과 생산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올해 하반기(7∼12월) 이후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1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 분석 자료를 인용해 각국의 봉쇄 조치에 따른 공급 차질과 구매 활동 제한, 통관 및 물류 지연이 3월까지는 한국 수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4월부터는 타격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상반기(1∼6월) 글로벌 교역이 전년 동기 대비 14.9%로 줄어드는 데 이어 하반기(―8.8%)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0%로 전망해 2009년(―0.1%)보다 큰 폭으로 위축될 것으로 봤다.
한은은 특히 금융위기 때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에 주목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9.4%였지만 올해 1분기(1∼3월)에는 ―6.8%에 그치고 연간 성장률은 1.6%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교역 규모가 커질수록 글로벌 경기에 더 영향을 받게 되고,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커진 한국은 중국의 경기 침체로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2009년 11.5%에서 2019년 25.1%로 늘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은 하반기 이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상형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비대면 활동의 확대에 따른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 효과보다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 소비재용 반도체 수요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하반기 이후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소비가 살아나면 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경우 경제 봉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이루어지면서 생필품 가격이 안정된 모습을 보인 데다 고교 무상교육 확대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은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의 재확산, 국제유가 추이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가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국고채 수급 불균형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의 대량 발행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르게 되고, 이로 인해 시중 자금이 국채로 쏠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시장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