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약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발표한 12·16부동산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한 것이다.
11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둘째 주(8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했다. 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3월 둘째 주 이후 13주 만이다.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동대문구 강북구 노원구 등의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하락세를 주도했던 강남구와 송파구가 상승 전환되면서 전체 기류가 상승으로 바뀌었다.
강북(14개 구)에서는 마포구와 용산구가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보였고 신규 분양이 있었던 동대문구(0.03%), 9억 원 이하 아파트 단지가 많은 중랑구(0.02%)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4구에서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계획 발표 등으로 송파구(0.05%) 강남구(0.02%)가 상승했고 서초구(0%)와 강동구(0%)는 신축이나 인기 단지 위주로 오르면서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주에 보합이었다가 이번 주에 상승으로 전환됨에 따라 정부가 부동산 추가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서울 및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지역 가격 상승세도 포착돼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점검 중”이라며 “주택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초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인천, 경기 군포 등 수도권 비(非)규제지역과 충북 청주, 경남 거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으로 몰리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6월 둘째 주 주간동향에서 세종(0.62%)과 대전(0.46%)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고 방사광가속기 유치 호재로 충북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63% 올랐다. 경남지역 역시 조선업 경기 회복세로 울산, 경남 창원 거제 등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며 0.05%의 상승 폭을 보였다.
개발 호재와 규제 여부에 따라 부동산 투자자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정대상지역이 추가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3개월간 수도권에서는 경기 군포시(9.44%), 인천 연수구(6.52%), 경기 시흥시(4.65%) 등이 비규제지역 가운데 높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비상경제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지역 지정, 대출규제 강화, 세제 보완이나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규제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서 50%로 낮아지고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문제는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세가 하반기(7∼12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하반기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풀릴 예정이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예상돼 시장 유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강남권 중심의 급등세가 나타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유동성 확대가 가격 상승을 이끌더라도 과거와 같은 상승세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