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방위험 확대→완화…정부, 한달만에 경기판단 뒤집어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2일 13시 52분


기획재정부 '최근 경제동향' 6월호 발표
코로나19 확산 이후 '긍정적' 표현 처음
"내수 위축세 완만·고용 감소 폭 축소"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실물경제 하방위험이 다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한 지 한 달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 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 경제 하방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대외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금융시장이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일부 지표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신흥국 불안 등 글로벌 경기 침체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조짐을 보인 지난 2월 ‘경제 회복 흐름 제약 가능성’을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실물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실물경제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3월), ‘어려움이 확대되는 모습’(4월), ‘실물경제 하방위험 확대’(5월) 등 매달 경고 수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위축됐던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고용 감소 폭 또한 줄어드는 등 우리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린북을 통해 ‘긍정적’ 표현을 꺼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대전제로 하고 있고 실물경제 하방위험도 여전히 있지만, 4월 소매판매가 두 달 동안 확대되는 등 지표들을 고려했을 때 경기 하방압력이 약간 줄어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9만2000명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감소 폭은 4월(47만6000명)보다는 축소됐다. 실업률은 전년보다 0.5% 상승한 4.5%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올랐지만, 기업의 채용 재개 등으로 비경제활동인구가 구직 활동에 나선 부분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4월 승용차 등 내구재(4.1%), 의복 등 준내구재(20.0%), 화장품 등 비내구재(1.6%)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보다 5.3%나 껑충 뛰었다.

5월 소매 판매 관련 속보치를 보면 카드 국내승인액이 전년 대비 5.3% 증가하는 등 3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아울러 국산 승용차 판매 증가, 소비심리 개선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백화점 매출 감소,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부정적인 요인도 혼재했다. 5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보다 9.9% 줄었으며 할인점 매출액도 9.3% 감소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98.8%나 쪼그라들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으로 전월보다 6.8포인트(p) 올랐다. 반면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3p 하락한 49를 나타냈다. 전망도 49로 전월보다 1p 내려갔다.

코로나19로 내수가 3월 하순 저점을 찍고 점점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자심리지수도 동반 반등한 것이다. 반면 주요국의 영향을 받는 수출의 경우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의 경제 봉쇄조치로 4~5월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경기실사지수는 소비자심리지수와 다르게 5월까지 하락세를 보였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김 과장은 6월 소비 전망과 관련해 “상황을 봐야겠지만 지난주 속보치까지 봤을 때 5월 수준의 회복세는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월 전(全)산업 생산은 2.5% 감소했다. 서비스업이 전월보다 0.5% 증가했으나 광공업 생산이 6.0% 감소한 탓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면서 숙박·음식점업(12.7%), 교육서비스업(2.8%), 예술·여가(0.4%) 등 대면 업종들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5.0% 증가했으나 건설투자는 2.4% 감소했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3.7% 감소한 348만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주요국들의 경제 봉쇄조치로 교역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업일수 감소(전년 동기 대비 1.5일) 등도 영향을 미쳤다. 4월(-25.1%)보다는 감소 폭이 줄어들었다. 또 6월1~10일 수출은 20.2% 증가하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그동안 미국과 EU 봉쇄조치로 못 나갔던 수출 물량이 일시적으로 풀리고 조업일수 증가(2일) 등을 고려한다면 (23.7% 증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하락 폭 확대 등으로 0.3% 하락하며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5% 상승했다.

5월 국내 금융시장은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환율은 미·중 갈등 우려 등으로 상승(원화 약세)했으며 국고채 금리는 하락했다. 주택시장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각각 전월보다 0.14%, 0.09% 올랐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3p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월(2.0p) 이후 22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내려갔다. 우리 경제가 현재 굉장히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월 대비 0.5p 내려갔다.

기재부는 “조속한 경기회복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소비·투자 활성화, 한국판 뉴딜 등 주요 정책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3차 추경예산도 국회 통과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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