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의 벽’ 넘지 못한 3040세대…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관심

  • 동아경제
  • 입력 2020년 6월 12일 14시 25분


서울서 청약가점 만점자 등장… 평균 60점 이상 ‘과열’
가점 낮은 3040세대, 청포자(청약포기자) 전락
규제 덜한 서울 도심권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눈길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내 집을 마련해 원룸생활을 청산하려고 아파트 청약을 시도했지만 높은 가점의 벽을 넘지 못해 추첨이 가능한 미분양 물량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제는 적당한 서울권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알아보고 있다.”(황모 씨·39)

원룸에서 전세생활을 하면서 서울 강남권 대기업에 다니는 황모 씨는 최근 서울권 아파트 청약을 포기하기로 했다. 1인 가구로 혼자 생활하는 여건 속에서는 청약가점이 낮아 돈을 모았더라도 서울권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남을 벗어나 분당이나 광명 등 경기권 청약까지 알아봤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순위에서 밀려 청약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황모 씨는 서울권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눈을 돌렸다.

서울에서 청약으로 내 집 마련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청약시장은 강남권이 아니더라도 가점이 최소 60점은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분양한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서는 당첨 최고 가점으로 84점(전용 59.98㎡) 만점까지 등장했다. 이 단지 평균 청약가점은 전 타입이 60점대로 집계됐다. 이 현상은 서울 강남권만의 얘기가 아니다. 같은 달 청약을 받은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숲아이파크’ 역시 당첨 최고 가점이 72점(전용 84.98㎡)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평균 가점도 대부분 60점대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동산 시장 주역으로 꼽히는 30~40대는 청약 가점이 낮아 강남권은 물론 강북권 분양 문턱도 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청약가점에 들어가는 무주택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출산율도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해당 수요자들은 결국 전세나 월세를 전전하거나 기존 주택 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상품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강북 주요 도심인 청량리에서 지난달 말 청약을 받은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는 청약 접수 결과 총 486실 모집에 6874건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 14.14대1로 전 타입이 청약을 마감했다. 최고 경쟁률은 213대1로 B블록 84㎡OF 기타모집에서 나왔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중림동에 선보인 ‘쌍용 더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도 전용 17~32.74㎡, 총 576실을 분양해 평균 4.2대1, 최고 91대1의 청약 성적을 기록하면서 단기간에 완판(완전판매)됐다.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아파트 청약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달 분양시장에서는 서울 도심권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청약가점이 낮은 수요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14년 만에 분양에 나서는 서울 중구 세운지구를 주목할 만하다. 서울 사대문 내 마지막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세운지구에서는 대우건설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가 해당 지구 첫 분양에 나섰다.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는 세운6-3구역인 서울 중구 인현동2가 151-1번지 일원에 들어선다. 이 단지는 지하 9~지상 26층, 전용면적 24~42㎡, 총 614가구 규모 주상복합으로 조성된다. 세부 구성은 아파트 281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로 공급된다. 16층 이상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가 먼저 분양한다.

지난 11일 청약 접수에 들어가 평균 경쟁률 10.7대1, 최고 3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마감에 성공했다. 정부 규제 이후 6억 원 이하 신규 공급 소형 주거지에 대한 수요자 관심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단지는 주택공급이 드문 시청과 광화문, 을지로CBD(중심업무지구)를 배후에 뒀다. 주변에 을지트윈타워 대우건설과 BC카드, KT계열사 외에 SK그룹과 한화그룹, 현대그룹, KEB하나은행 등 대기업과 금융사 본사들이 모여 있어 풍부한 배후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도심형 소형 공동주택이지만 최상층에 위치해 탁월한 남산 조망권과 명동 등 도심 조망권을 누릴 수 있다. 발코니확장은 기본 제공돼 실사용면적이 동급 오피스텔보다 30~40%가량 넓어졌다고 분양 관계자는 강조했다. 상품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각 가구 내에는 고급 원목마루와 마감재, 빌트인가구, 시스템에어컨, 스타일러,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이 무상옵션으로 제공된다는 설명이다. 주력 평형 분양가는 4억~5억 원 초·중반대로 인근 랜드마크 단지 초소형 상품과 비교해 볼만하다.
힐스테이트 청량리역
힐스테이트 청량리역
동대문구에서는 현대건설이 청량리 미주상가 B동 개발사업인 ‘힐스테이트 청량리역’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7~지상 20층 규모로 전용면적 20~44㎡ 주거형 오피스텔 총 954실로 구성됐다. 오피스텔 외에 상업시설과 공공업무시설(주민센터)이 들어선다.

대우건설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에 도시형생활주택 '아현 푸르지오 클라시티'를 분양한다. 지하 6~지상 18층, 1개동, 전용면적 30~45㎡, 총 239가구 규모다. 단지는 도보권 내 2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단지 바로 앞에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이 있고 도보 약 6분 거리에는 지하철 2호선 아현역이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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