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 ‘수사심의위 부의심의위원회’ 과반 찬성 등으로 두차례나 판정승을 거둔 이 부회장 앞에 선 최종 관문인 셈이다.
이 부회장 측과 삼성은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강제력이 없다 하더라도 ‘불기소’ 권고를 받길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 사건에 앞서 열렸던 수사심의위의 권고안을 검찰이 100% 수용했던 점에 비춰볼때 불기소 의견이 도출되면 그만큼 검찰 수사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서를 접수한 뒤 즉각 이를 받아들였다. 아직 위원회 구성과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르면 이달말이나 늦어도 7월초엔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가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하기로 결정하자마자 변호인단은 즉각 의견서 작성에 돌입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A4 용지 기준 30페이지 이내에서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는데 이 부회장 측에선 사실관계 소명과 ‘혐의없음’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수사심의위에 제출할 의견서는 앞서 열렸던 부의심의위에 보낸 것과는 내용 면에서 상당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부의심의위와 수사심의위 위원들간 구성이 다른 이유에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학 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다수인 검찰시민위원 중심의 부의심의위에선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는 사법제도 등에 학식을 갖춘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인물들 중에서 검찰총장이 지명해 구성된 150명 이상 250명 이하로 갖춰져 있다.
사법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수사팀이 실제 재판에 버금갈 만큼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1년 8개월간 장기간 수사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법원에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무리한 수사’와 혐의 입증 부실에 대한 주장 등을 의견서에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면 의견서와 별도로 변호인단은 구두 의견진술을 위한 PT(프레젠테이션) 준비에도 착수한다. 검찰 수사심의위 규정 제14조 등에 따르면 심의대상 사건의 검사와 신청인은 수사심의위에 구성될 현안위원회에 출석해 30분 이내에서 사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검사나 변호인단이 의견을 개진할 때는 상대방의 퇴실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위원들과 특정 사안에 대해 질의응답을 갖는 것도 허용된다.
특히 변호인단은 의견진술에도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서면 의견서의 경우 30페이지로 분량 제한이 있지만 의견진술은 검찰, 심의위원들과 합의하면 재량에 따라 시간을 늘릴 수 있어서다.
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규정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단이 합의하면 동등하게 의견진술 시간을 30분을 초과해 쓸 수도 있다”면서 “실제 재판 과정처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의견을 진술해 심의위원들을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최악’은 피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갇혀 있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분석이다.
만약 수사심의위가 ‘불기소’와 함께 ‘수사 중단’까지 권고할 경우 삼성 입장에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만약 기소 권고가 나오면 아쉬운 대로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다.
반면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내리더라도 이와 반대로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도 있다. 수사심의위 규정 제19조(심의 효력)에도 “사건 담당검사가 현안위원회의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만 나와있을뿐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열린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검찰이 모두 따랐다는 점은 수사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검찰이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할 경우 수사의 적정성과 정당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개혁안을 스스로 유명무실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대검도 예규 제915호(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의 제정 이유에 대해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적시했는데, 이같은 원칙을 자신들이 훼손할 경우 향후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