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기업의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자를 낼 돈도 못버는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은행의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코로나19 이후 미국기업 부실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했던 기업 유동성 부족 문제는 정책 당국의 지원으로 다소 해소됐지만, 기업별 차별화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기업 재무 데이터를 통해 업종별 여건을 분석한 결과 원유, 석유제품 등 에너지 업종과 항공, 기계장비 등 산업재, 숙박 음식. 자동차 등 경기 소비재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 충격에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 충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업종의 경우 현금소진 위험 기업 비중이 높아 유동성 충격에 취약하고, 부채상환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외부의 자금조달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분석대상 기업의 22.2%가 보유현금을 1년 내 소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더뎌지면 이들 업종의 고부채기업 비중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업들이 자금을 전액 부채로 조달한다고 가정한 경우 고부채기업 비중은 올해 18.9%로 전년(6.3%)보다 3배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의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도 전년대비 7.0%포인트 늘어난 11.9%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37.1%), 산업재(18.3%), 경기소비재(8.3%) 순으로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다.
부도와 신용등급 강등 위험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부도율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고금리 투기등급 회사채 비중에서 에너지·경기소비재·산업재 업종이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신용등급 기준으도 부도가 임박한(CCC+ 이하) 투기등급 기업의 약 80%가 에너지와 경기소비재 등 취약업종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 기업의 도산이 증가하면 경기회복에 미치는 충격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에너지, 산업재, 경기소비재 업종의 부실 심화는 실물경기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정책당국의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 부진이 지속되면 좀비기업이 양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