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절벽에 내수부진… 외부에 보관
협력사 사망사고에 부품공급 중단, 공정 일부 멈춰… 생산차질 불가피
현대자동차가 수출하지 못한 자동차 수천 대를 쌓아둘 곳을 찾는 등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자동차 업계의 비상 상황도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주변의 임시 부지를 치장(주차) 공간으로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 차량이 팔리지 않아 공장 안에 있는 치장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수출과 내수 생산 비율은 6 대 4 정도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해외 수출이 사실상 마비되자 수출 물량을 내수 물량으로 돌렸다. 내수 판매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펠리세이드와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 신형 아반떼 등은 내수가 뒷받침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차량들은 내수 부진 등에 따른 판매 저조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싼타페의 경우 5월 말 기준 재고가 8000여 대 쌓일 정도였다. 현대차는 1000여 대 규모의 외부 부지를 확보했지만 이마저 부족해 수출 치장 공간 등 여유 공간을 있는 대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누적 판매(1∼5월)는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전년 동기 대비 2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도 작년 동기 대비 17.8% 줄었으나 판매 부진을 감당하진 못했다.
최근에는 협력사 사고로 부품 공급이 중단돼 그나마 없어서 못 파는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1일 현대차 협력업체 D사에서 작업 중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이 회사가 만들던 차량용 운전석 모듈인 크래시 패드(C PAD) 공정을 중단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어 이르면 15일 이후에나 공장 재가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크래시 패드는 펠리세이드와 GV80, 싼타페, 코나, 신형 아반떼 등 현대차 울산1∼4공장에서 생산하는 주요 차종에 들어가는 부품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2, 4공장 공정 일부가 중단됐으며 재고도 얼마 남지 않아 부품 수급이 늦어질 경우 다른 공장들의 생산 차질도 불가피하다. 또 GV80 디젤엔진에서 떨림 현상이 발생해 GV80 디젤 차량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코로나19 글로벌 2차 유행이 온다면 노사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결국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게 합리적이지만 이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며 “더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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