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이희권 삼성디스플레이 프로(제품개발)를 최근 만나 ‘갤럭시 Z플립만의 장점’을 물었다. 전문용어가 섞인 대답이 나올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자기 전 아이들 책을 읽어줄 때 ‘조명’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노트북처럼 어느 각도에서나 펼쳐 쓸 수 있으니 원하는 각도로 벽에 카메라 플래시를 비추면….”
조개처럼 세로로 접는 Z플립은 큰 화면을 유지하면서도 손안에 쏙 들어오는 ‘이율배반적’인 스마트폰이다. 휴대성과 디자인, 편하게 셀피를 찍을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 프로는 ‘더 많은 재미’를 이야기했다. 그는 “‘탁’ 하고 닫는 손맛, 폼 나는 디자인 등 사용자가 말하는 재미들은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주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삼성디스플레이 본사에서 만난 폴더블개발팀은 Z플립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Z플립은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한 첫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며 “태블릿·노트북의 경계를 허물며 더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진화에 따라 화면을 접는 태블릿과 노트북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소비자의 높은 눈높이를 반영한다. 소비자는 기존 스마트폰 성능 이상을 폴더블 폰에 원한다. ‘S펜’이 왜 탑재되지 않는지, 왜 주름은 그대로인지, 방수방진은 언제 되는지, 5G(5세대) 이동통신용 출시는 언제 될지 등 소비자의 요구는 끝이 없는 상태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 순항 중인 Z플립이 갖는 의미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Z플립 디스플레이에 20만 번 접었다 펴고, 습도 95% 이상 및 섭씨 60∼70도에도 견디면서 얇지만 더 단단한 초박막강화유리(UTG)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전까진 플라스틱을 입혔었다.
최대근 삼성디스플레이 프로(모듈개발)는 “폴더블 패널은 겹겹이 쌓인 부품이 접고 펴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밀리고 당겨질 수밖에 없다. 3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유리에 유연성과 내구성을 담고, ‘유기물’처럼 개별 층들이 움직이면서도 카메라 렌즈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결국 태블릿·노트북의 경계를 허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Z플립은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으로, 갤럭시폴드는 S펜이 결합되며 태블릿 등 전문가 영역으로 시장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프로는 “새 폴더블 제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받는 ‘주름’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자라고 할 만한 업체는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기술력이 경쟁업체와 3∼5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을 시작할 때부터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커브드, 엣지 등 여러 디스플레이가 탄생했지만 이는 폴더블로 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13년의 노하우가 삼성의 접는 디스플레이에 담긴 셈이다.
최 프로는 “Z플립을 통해 ‘접을 수 있고, 두께도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유리(UTG)의 안정적 양산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든 제품군에서 혁신을 불러올 첫 단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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