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집값 다 올랐는데”…뒷북 부동산 대책 또다시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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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8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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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 News1
김현미 국토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 News1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집값이 다 오르고 나서야 대책을 발표해 실수요자들을 만족시킬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6·17 대책’ 발표 이후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규제에 대한 피로감과 시의성 부족한 대책에 대한 불만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전날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6개월 만에 내놓은, 현 정부의 21번째 대책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풍선효과’로 집값이 크게 오른 수도권과 대전, 청주 대부분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갭투자 차단을 위해 주택담보·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한 주택 거래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했고, 중·저가 주택 거래 시에도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를 내게 했다. 재건축에 대한 2년 거주의무도 처음 도입했다.

정부는 12·16 대책 후 최근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주 10주 만에 상승 전환하며 재가열 조짐을 보이자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서울 중·저가 주택, 수도권·지방 비규제지역 중심의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하며, 서울 고가·재건축주택의 상승 압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규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전체 통계가 아닌 개별 지역 상황을 보면 이미 곳곳에서 과열 경고등이 켜져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수도권에선 안산(8.68%), 군포(8.67%), 화성(8.61%), 인천 연수구(8.54%) 등이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수요가 몰려 올해에만 8% 이상 급등했다. 지방에선 대전이 대체 투자수요 유입으로 1년간 무려 11.5%가 올랐고, 청주는 개발 호재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간상승률(0.84%)을 기록하며 과열이 심화했다.

서울에선 중·저가 단지가 포진한 구로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외곽 지역이 크게 올라 서민들이 선호하는 6억원 이하, 4억원 이하 아파트가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하락 안정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도 급매물 소진 후 추격매수가 유입되며 이미 전고점을 회복한 단지가 나타났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값 상승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정부의 실효성 있는, 발 빠른 규제를 촉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주 게시된 이 청원은 동의 인원이 1만5000명을 넘어서며(17일 오후 기준) 단숨에 국토·교통 분야 최다 동의 청원으로 올라섰다.

청원인은 “그동안 대책을 발표하면 집값은 잠시 주춤거리다 또 오르고, 그러면 그제야 또 안정화 정책을 발표하고 이런 과장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집값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며 “안정화 대책을 시의적절하게 즉시 내놓아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집값을 집권 초기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며 ‘원상회복’ 의지를 거듭 천명했으나, 목표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KB부동산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문 대통령 출범 당시(2017년 5월) 2322만원에서 올해 5월 3515만원으로 51%(1093만원)가 올랐다.

개별 아파트 단지로 보면 집값 상승 폭에 대한 체감은 더 커진다. 은행권 대출 기준이 되는 KB 부동산시세 기준으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차’는 2017년 5월 말 16억5000만원이던 것이 현재 29억2500원으로 12억7500만원이 뛰었다. 서초구 대장주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도 문 대통령 취임 당시엔 17억원이었는데 지금은 29억2500만원으로 12억2500만원 상승했다.

그러자 이번 대책에서도 집값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하락 안정시키기보다는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벌써 대책에서 빠진 경기 김포나 광주, 부산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과 정책의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원갑 KB 수석전문위원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장은 정책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며 “선제 대응이 어렵다면 시장 상황과 정책의 시차를 최대한 줄여 발 빠르게 개입함으로써 시장을 긴장하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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