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대책에 뿔난 실수요자들…곳곳서 ‘부글부글’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2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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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17대책, 핀셋 규제→광역 규제로 급선회 '후폭풍'
청와대 청원 게시판, 국토부 홈페이지 등서 항의글 '봇물'
이제야 '갭투자, 실수요 아냐' 방침에 '투기 논쟁'도 가열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대책→보완→대책' 반복 우려 확산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해 졸속이라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재산권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됐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반면 규제를 피한 김포와 파주 등 수도권 곳곳에서는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요동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정부가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핀셋 규제’에서 ‘광역 규제’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자 내 집을 장만을 계획 중이었던 실수요자들은 은행 대출 문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던 중저가 아파트 수요층까지 규제 대상으로 확대하자 ‘부동산 투기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좀처럼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22일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 지난 17일 오전 10시 올라온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의 조회수는 이날 오전 현재 12만3819건에 달했다. 항의성 댓글만 153명이 달았다.

주로 정부의 대출 규제와 규제 지역 확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 길이 없다는 항의성 댓글이 다수다. 한 작성자는 “일반 국민이 이해할 시간도 없이, 징벌식으로 갑자기 졸속 대책을 발표하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빨리 정확한 세부지침을 달라”면서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묶였는데, 계약금을 받은 상황에서 배상하게 된다면 손해 배상을 해줄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갭투자는 실수요가 아니다”라는 정부 방침도 내 집 장만을 기대하던 수요층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최근 ‘졸지에 투기꾼으로 전락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글들이 온라인상에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지난 18일부터 청원이 진행 중인 게시글 ‘저는 부동산 투기꾼입니다’에서 청원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역, 분양을 받은 검단신도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새 아파트 잔금마련을 위해서는 매도를 해야 하는 데 잘 될까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평범하게, 부유하지 못하게, 빠듯하게 살고 있는 제가 갑자기 투기과열지구에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부동산 투기꾼이 돼 버렸다”면서 “부동산 안정화를 목표로 한 21번에 걸친 정부의 누더기 같은 부동산 대책들과 그 틈새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투기 세력,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서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글에는 이날 현재 1만7000여 명이 동의했다.

한때 정부의 임대사업 활성화 대책으로 임대등록에 나섰다가 이번 규제로 역풍을 맞게 된 주택임대사업자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6·17대책에서 주택임대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를 즉각 철회해주세요! 선량하고 정당하게 세금 내려고 하는 주택임대사업자를 제발 그만 괴롭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한 이는 “거액의 투자금이 없는 서민들이 실투자금 몇 천만원 가지고 이자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 주택임대사업을 등록하고 대출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투기냐”고 반발했다.

이에 6·17 부동산 대책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날 오전 시작된 ‘6·17 부동산 대책 전면 재조정 & 기준 공개 요구합니다’에서 청원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형평성, 당위성, 정책성. 그 무엇 하나 잡지 못한 대책”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건 6·17 대책의 근거가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그리고 비합리적인 현재 안의 전면 재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일부 실수요자들로 피해가 확산됨에 따라 대책 발표 나흘 만에 보완책 마련을 시사했다.

전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취임 1주년 브리핑에서 “(6·17 대책에 대한) 국민의 많은 불만을 잘 안다”며 “국토부가 필요하다면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가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 대해서만 재건축 시 분양권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임대사업자 등의 원성이 커지자 임대사업자수와 의무임대 기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구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도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대책에 대해서도 예외 조항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규제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졸속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여전히 추가 규제를 시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규제를 받지 않은 지역으로 갭투자 수요가 옮아가면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경기 김포·파주시에 대해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추가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투자 수요 자체를 탐욕으로만 보고 접근하는 정부의 시각 자체가 부동산 시장을 계급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초에 시민단체 얘기만 듣고 정책을 설계한 것 자체가 오락가락 정책을 낳을 수밖에 없는 한계”라면서 “청약 제도만 해도 후분양이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말하다가 재건축 조합들이 후분양으로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니까 제동을 걸었고, 최근 3기 신도시 분양에서는 선분양을 넘어 ‘사전 분양제’까지 만드는 등 국정 철학 없는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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