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거래일간 13배 뛴 ‘삼성중공우’
20% 하락 이어 22일도 24% 폭락… 덩달아 오른 우선주 줄줄이 하한가
풍부한 유동성, 투기성 자금 변질
상투 잡은 개미들 피해 우려
“상한가 두 번만 더 먹고 나오려 했는데 폭탄이 지금 터질 줄이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16일 삼성중공업 우선주 약 1000만 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날 종가는 57만3000원으로, 이미 이달 초 대비 10배 넘게 올랐지만 김 씨에게는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는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의 속삭임이 더 달콤했다. 매수 다음 날인 17일 기대대로 주가는 30% 가까이 뛰며 74만4000원까지 올랐다. 투자 과열로 매매 거래가 하루 정지됐다가 재개된 19일, 딱 하루만 더 수익을 보고 팔겠다 마음먹었지만 바로 그때 폭탄이 터졌다. 2거래일 연속 하한가 가깝게 떨어진 김 씨의 주식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이달 들어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우선주들이 최근 2거래일째 급락을 거듭하면서 본격적인 우선주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위기에 편승에 고점에 우선주를 사들인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 우선주 폭탄 결국 터지나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 우선주인 ‘삼성중공우’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4.07% 떨어진 4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9일 20.43%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폭락하면서 뒤늦게 해당 종목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떠안게 됐다.
삼성중공우는 이달 2일부터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최근 우선주 급등세를 이끌었다. 이달 초 주당 5만4500원이던 삼성중공우 주식은 2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소식에 급등하기 시작해 단 2주 만에 주가가 13.7배까지 뛰었다.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도 595억 원으로 지난달(9400만 원)의 632배로 늘어났다.
그러자 다른 우선주들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 업체 SK바이오팜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SK그룹 관련 우선주들도 급등했고,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일양약품우, 남양유업우 등도 상한가 행진에 가세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높은 주가 상승폭을 보였던 우선주들은 19일에 이어 이날도 대부분 폭락했다. 22일 일양약품우(―29.76%), 한화우(―29.94%) 등이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했고, 남양유업우(―12.15%), KG동부제철우(―10.61%) 등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 넘치는 유동성 우선주로 상승세… 사실상 ‘테마주’ 주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우선주 급등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다. 3월 1,4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최근 2,100대에 안착하는 등 낙폭 대부분을 만회하자,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우선주처럼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주식들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22일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우선주 투자자들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로 보인다”며 “넘치는 유동성이 투기성 자금으로 변질되어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우선주들의 폭락은 예상된 결과라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특별한 실적이나 배당 개선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비이성적인 상승세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우선주는 주주총회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 등에서 보통주보다 우선적 지위가 인정되는 주식일 뿐, 보통주에 비해 주가가 급등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우선주 상승세는 사실상 테마주의 상승세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며 “주가가 저렴하고 상장 주식 수가 적다는 점에서 투기 세력의 시세 조종이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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