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투자 시대착오적’이라더니… 내년 예산 24조 넘을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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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투자 축소 예고했던 文정부… 경기악화에 1년만에 없던 일로
작년 공공수주 48조, 10년來 최대… 각부처 내년 예산 24조4000억 요구
코로나 침체 겹쳐 더 늘어날 듯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로 선회하면서 내년 SOC 예산이 6년 만에 2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SOC 투자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던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공공투자에 앞장서면서 지난해 공공수주 규모는 10년 만에 최대로 늘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에서 요구한 내년 SOC 예산은 24조4000억 원 규모로 올해 SOC 본예산 23조2000억 원보다 4.9%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로 철도 관련 사업이 주로 포함된 가운데 노후시설의 안전을 보강하는 예산도 상당수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부처 요구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2015년(24조8000억 원) 이후 6년 만에 24조 원대 규모를 회복하는 셈이다.

통상 SOC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더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 예산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4월 총선을 치르면서 여당 의원들이 각종 SOC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정투자가 대폭 늘어나는 이때 묵혀 뒀던 SOC를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토목 뉴딜’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재정 우선순위를 SOC에서 사람으로 바꾼다며 대대적인 SOC 투자 축소를 예고했다. 당시 국회에 제출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SOC 예산을 연평균 7.5% 감축해 2021년에는 16조2000억 원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 악화와 고용 대란 등으로 재정 확대가 시급해지자 이 같은 계획은 1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2017년 22조1000억 원에서 2018년 19조 원으로 줄었던 SOC 예산은 지난해 19조8000억 원으로 소폭 늘어나더니 올해 20조 원대를 회복했다.

공공투자도 대폭 늘렸다. 지난해 공공건설 수주액은 48조692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58조4875억 원) 이후 최대로 늘었다. 올해도 공공기관들은 신도시 건설과 철도 도로 등에 6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1월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준 24조1000억 원 규모의 지역 사업도 20조 원 이상이 SOC 사업이었다. 10년 넘게 끌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는 등 각종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정부가 경기 부양 효과가 큰 SOC 투자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노후 SOC 개선과 스마트 관리 도입 등을 내세웠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은 “SOC의 경제 효과가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정부 지출에 비해 큰 편”이라며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없고 내년부터 지역균형발전사업도 본격화하는 등 SOC 투자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soc투자#기획재정부#재정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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