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기금 예상 지출액이 사상 최대인 21조4628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추산이 나왔다. 지난해 지출액(13조9515억 원)보다 54%나 급증한 규모다.
이에 따라 올해 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3조6652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23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가 추산한 올해 말 적립금은 3조6652억 원이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수입과 지출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지난해 누적 적립금 7조3532억 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3차 추경에는 고용보험기금 보전 명목으로 3조4700억 원이 반영됐다. 3차 추경이 아니라면 적립금이 사실상 바닥날 위기인 셈이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17년 10조2500억 원, 2018년 9조4500억 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 역시 2012∼2017년 1조 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하다가 2018년 8100억 원, 지난해 2조100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3조69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기금 수입은 노사가 거둬들이는 고용보험료다. 현행 고용보험료는 노사가 각각 급여의 0.8%씩 총 1.6%를 부담한다. 애초 노사가 급여의 1.3%를 부담해야 했지만, 지난해부터 올랐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자가 크게 늘자 고용보험 재정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 앞서 정부가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상한액과 하한액을 늘리며 지급액이 늘었다. 지난달엔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162억 원에 달해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고용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보험료 인상에 대해선 아무런 방침을 내놓지 않은 채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아 달라”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달 5만 명가량의 예술인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근로자도 고용보험에 추가로 가입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고용보험료 인상을 언급하지 않고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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