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경기·인천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자, 수요가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역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고강도 규제인 6·17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호가 상승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뉴타운 대장주인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면적 84㎡ 주택형은 6·17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직전 최고가(7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비싼 8억원(19층)에 신고가 거래된 뒤 호가가 8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인근 북한산시티 전용 59㎡는 대책 당일 저층이 4억7700만원(1층)에 거래 포문을 연 뒤, 저층은 5억1000만원 고층은 5억6000만원으로 대책 전보다 3000만원가량 호가가 올랐다.
노원구에선 상계동 미라보 성림 아파트 전용 60㎡ 저층이 18일 3억1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호가가 2000만원 뛰었다. 상계동 대표 재건축인 상계주공에서도 대책 이후 매수 문의가 지속되면서 수천만원 호가가 오른 단지가 쉽게 발견된다. 11단지 전용 59㎡의 경우 대책 전 4억8000만원에서 5억1000만원을 호가했는데, 현재는 5억2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금천구에선 독산동 이랜드해가든 전용 84㎡가 17일 6억9500만원(11층)에 신고가 거래된 뒤 호가가 7억을 넘어섰고, 관악구에선 봉천동 관악파크 푸르지오 전용 84㎡가 같은 날 8억45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호가는 8억5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강북구 A공인 관계자는 “비규제 풍선효과를 노리고 경기·인천으로 향했던 수요들이 6·17 대책에서 규제로 묶이자 다시 비슷한 가격대의 서울 중저가 단지로 돌아서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원구 B공인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어차피 같은 규제 지역이라면 서울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비교적 대출이나 갭투자가 가능한 중저가 단지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규제에서 빠진 경기·인천 지역이 ‘풍선효과’(비규제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것)로 집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번 6·17 대책에서 대부분을 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수원·안양·용인 등 인기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서울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됐고, 다른 지역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미 서울은 2017년 8월부터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받고 있다. 6·17 대책에서 서울을 겨냥한 것은 재건축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등 강남권 규제에 제한돼 있다. 또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의 경우, 아직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하고 전세를 낀 갭투자는 가능하다 보니 잠시 서울 외 지역으로 눈을 돌렸던 수요자들이 다시 서울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집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서울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실제 앞서 언급한 노·도·강, 금·관·구 등의 지역 중개업계에선 아직도 전세를 낀 갭투자가 가능한 물건들을 위주로 홍보하고 있어, 정부의 갭투자 차단 정책이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듭된 규제에도 풍선효과와 역풍선효과 등 주택시장 불안 요인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막대한 유동성과 공급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국발 저금리 장기화, 하반기 3차 추경, 3기 신도시 토지보상자금 유입 등 막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여전히 남아있다”며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선 대체투자처 발굴과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공급 방향 모색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도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매매나 전세 매물이 없어서 사람들이 불안하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투기적 수요가 일부 줄고 단기적으론 관망할 수는 있으나, 실수요자의 불안감이 얼마나 진정될지가 주택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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