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던 국제유가가 완만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정유사 수익의 핵심인 정제마진도 14주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1분기 4조원대 적자를 본 정유사들은 최악의 시기에선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다며 긴장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선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전날보다 1.8% 상승한 배럴당 40.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배럴당 10.01달러(4월21일)까지 폭락했던 WTI가 40달러 선을 회복한 건 지난 3월6일 이후 3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이날 브렌트유도 배럴당 43.08달러, 두바이유도 배럴당 42.32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며칠 동안 40달러 선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등 주요 원유 선물 가격이 회복되는 모양새다.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원유 수요가 회복되고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지속된 결과다.
그동안 국내 정유사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한 후 수송 등을 거쳐 판매까진 1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원유 가격이 급락했기에 그만큼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국내 정유 4사는 1분기에만 4조3775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점차 상승하면서 정유사는 이전과는 반대 이유로 재고평가 이익이 커지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19일 WTI와 브렌트유 가격의 올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주요 산유국도 생산 억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BofA는 브렌트유가 내년 50달러, 2022년에는 5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정유사 수익을 결정하는 지표인 정제마진이 장기간 마이너스(-)였지만 6월 셋째주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하며 14주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긍정적이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휘발유·항공유 등 연료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각국의 지역봉쇄 조치도 해제되고 있어서다.
다만 업황이 상승세에 접어든 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은 산유국의 감산에 기댄 측면이 크지만,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주요 산유국 모임(OPEC+)에서도 감산을 계속 이어갈진 불투명하다. 정제마진도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손익분기점으로 꼽는 배럴당 4달러보다는 한참 아래다. 아직도 석유제품을 팔수록 손해인 것이다.
업계는 업황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기 위해선 수요 위축 현상이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정유사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휘발유·항공유 등 연료유의 수요가 회복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제기되는 ‘2차 대유행’이 현실화 되는지도 관건이다. 이 경우 공장 폐쇄와 교통 수요 감소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다시 급감할 수 있다.
2분기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3분기에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최근의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상승은 나름 의미가 있지만 아직은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코로나19의 지속 또는 회복 여부와 수요 부진에서 빠져나오는 시점에 따라 3분기 실적의 희비도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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