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본부장 “WTO 협상 기능 복원· 코로나 위기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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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24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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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기자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출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6.24/뉴스1 © News1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기자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출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6.24/뉴스1 © News1
전 세계 무역체계를 조율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신임 사무총장 선거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전한다. 유 본부장은 WTO의 협상기능 복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의 국제적 위기대응 공조 등의 포부를 밝혔다.

유 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나라들의 후보자들과 치열한 경합의 길로 들어선다”면서 WTO 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본부장은 출마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하고 분쟁해결 기능의 실효성을 잃는 등 위기에 처한 WTO의 교역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면서 “또한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WTO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대립을 조율할 수 있는 중견국(middle powe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은 무역을 통한 성장 경험과 비전, 다수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WTO가 21세기 통상환경에 맞게 개편되는 데에는 회원국들간 신뢰와 통합이 필요한만큼, 중견국인 한국이 이 부분에서 주도적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TO 사무총장에 나서는 포부도 내비쳤다. 유 본부장은 “25년의 공직생활 기간 동안 꾸준히 통상분야에서 일해 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WTO의 개혁과 복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WTO 본연의 역할인 협상과 중재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협상기능을 복원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면서 “분쟁해결제도와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유 본부장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회원국들의 요구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도전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국제적 위기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의 출마 선언으로 현재까지 공식적인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총 5명이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외교부 출신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 등이다. 다음달 8일까지 후보등록이 진행되는 만큼 후보자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운동은 통상 3개월이지만 현 사무총장이 돌연 사임을 발표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이 과정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유 본부장은 통상교섭본부장 직을 겸임하면서 선거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여러 장관들과 통화나 화상회의를 하면서도 다자간 무역 질서를 회복해야한다는 것이 주요 관심사이자 현안이기 때문에 (직책 유지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또한 통상교섭본부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내면서 이 기회를 활용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 욕심이었다면 이 자리에 도전할 의지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수십년간 발전하면서 협력과 연대의 중간국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대한민국을 대표하기 때문에 용기와 의지를 가질 수 있었고, 관계부처와 합심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본부장은 국내 최고의 여성 통상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행정고시 35회에 합격, 1992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후 대부분 통상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통상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상공부(산업부 전신) 설립 이래 여성 공무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2018년 통상교섭실장(1급)에 오르면서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어 지난해 2월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사임의사를 표명하자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내놓기로 결정하고 후보군을 추려 내부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WTO 차기 사무총장직에 유 본부장이 입후보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그간 여성 WTO 사무총장 배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최종 사무총장 후보로 낙점이 되면서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에 도전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WTO 중심의 안정적인 국제교역질서를 기반으로 성장한 통상선도국으로 국제사회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우리측 인사의 입후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유 본부장은 차기 WTO 사무총장에 적합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중으로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사무국에 유 본부장의 입후보를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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