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일반 청약에 시중 유동자금 31조 원이 쏟아져 나오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최근 제약바이오주들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증시 반등을 이끈 데다 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자금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SK바이오팜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30조9889억 원의 증거금이 모여 323.0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 1억 원을 넣어도 13주 정도만 배정받는 셈이다. 5000억 원 이상 공모한 기업 중 경쟁률과 청약증거금이 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기록은 2014년 제일모직의 30조635억 원이었다. 공모주 배정 결과는 26일 발표되고, SK바이오팜은 7월 2일 코스피에 입성한다.
SK바이오팜이 투자자들에게 유독 많은 관심을 끈 것은 최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한 데 비해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증시 진입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약 27조 원대에서 이달 47조 원대까지 늘었다. 예·적금 수익률이 사실상 0%에 가깝고,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투자도 여의치 않다 보니 1%포인트라도 더 나은 수익률을 찾아 공모주 청약으로 몰려든 것이다.
대출 금리가 낮아 빚을 내 청약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 씨(60)는 얼마 전 퇴직한 남편의 퇴직금에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약 1억 원을 더해 청약에 나섰다. 청약을 진행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출 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청약 마지막 날 대출을 받은 고객이 많았다” 며 “일부 지점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했다.
SK바이오팜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공모를 진행한 점도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회사 측이 제시한 상장 기업가치는 3조8000억 원으로, 시장이 예상해 오던 5조 원에 비해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4만9000원)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선 상장 이후 수급 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확약한 비율이 81.15%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상장 이후 코스피200에 조기 편입되면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패시브펀드가 자동으로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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