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식 출범식 치르고도 아직 기금지원 신청공고도 못내
‘이달중 첫 선정’ 계획 늦춰질듯… 대한항공외 마땅한 후보군 없어
“지원 문턱 너무 높였나” 지적… 고용 90% 유지 등 조건 기업 부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예고했던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좀처럼 가동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공식 출범식을 가지고 진용을 꾸렸지만 아직 기금지원 신청공고조차 나오지 않았다. 자금 지원은 적시에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데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산하 기안기금운용심의회는 이날 5차 회의를 열고 지원 신청 공고 및 채권 발행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첫 지원 기업을 선정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일정이 늦춰질 공산이 크다. 공고 이후에도 자금 지원 신청→주채권은행 의견 조회→기금운용심의회 심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로 기업들에 자금이 공급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고가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시장에선 대한항공 외에 마땅한 지원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원 업종으로 일단 항공과 해운업을 명시하며 추후 금융위원회가 업종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업종의 기업이 지원을 받으려면 여기에 추가로 △총 차입금 5000억 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 등의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일단 대한항공은 공고가 나면 기금 지원을 신청한다는 입장으로 기금 지원 ‘1호’를 예약해 둔 상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에 8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책은행이 대한항공에 선(先)지원한 1조2000억 원도 기금으로 이관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외에는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합병(M&A) 과정 중이라 기금 지원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기금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해운업에서도 뚜렷한 지원 후보 기업이 없다. 항공과 해운업에 더해 자동차가 추가 지원 업종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어 온 쌍용자동차는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애당초 금융위가 지원 문턱을 너무 높여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에 따라붙는 각종 조건도 기업들의 신청 의지를 꺾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금 지원을 받으면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지원액의 최소 10%는 주식연계증권으로 지원되는 등 ‘이익공유 장치’도 마련된다.
일각에서는 기안기금 심의위원 간 의견차로 진행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원들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 대한상공회의소, 산은이 각각 추천한 7명으로 구성됐다. 추천 기관도, 이해관계도 다르다 보니 의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안기금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까지 있다”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기안기금의 한 위원 역시 “기금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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