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차량 타이어와 와이퍼 등에 대한 점검이 중요해졌다. 폭우와 폭염의 영향으로 도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 나설 경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빗길 교통사고는 전년 대비 32%, 사망자는 25.9% 증가했다. 맑은 날 교통사고가 1.9%, 사망자가 12.9%가 감소한 것을 고려할 때 빗길 운전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장마철 운전 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미끄러짐 현상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승용차가 시속 50㎞로 달리다 정지하기까지 걸리는 제동거리는 마른 노면의 경우 9.9m였지만, 젖은 노면에서는 18.1m였다. 제동거리가 1.8배 길어진 것이다.
미끄러짐 현상은 교통사고와 직결된다. 이는 타이어의 배수 능력과 관련성이 크다. 타이어는 트레드(노면과 닿는 타이어 표면)라는 고무층 사이 홈을 통해 도로 위 고인 물의 배수를 진행한다.
마모가 심한 경우 홈의 깊이를 얕게 만들어 타이어의 배수 능력을 감소시키고 타이어와 도로 표면 사이에 ‘수막현상’을 발생시킨다. 달리는 자동차의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얇은 ‘물의 막’이 생기면 접지력이 없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타이어 마모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젖은 노면에서 시속 100㎞ 이상 달리다가 급제동 시, 홈의 깊이가 7㎜인 새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와 비교하면 홈의 깊이가 1.6㎜로 심하게 마모된 타이어는 약 2배 가까이 제동력이 차이가 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홈 깊이에 따른 타이어 교체 주기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운전자가 마모 한계선인 1.6㎜에 도달했을 때 타이어 교체를 고려하지만, 안전운전을 위해 홈 깊이가 3㎜ 정도인 상태에서 여유를 두고 타이어 교체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운전 시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는 와이퍼의 상태도 확인하면 좋다. 와이퍼를 사용했을 때 유리에 물 자국이 생기거나 잘 닦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교체하는 것이 좋다. 와이퍼 사용 시 흔들림이 있거나 소리가 나는 것도 교체 신호다.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앞차의 배기구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배기구가 물에 잠기면 시동이 꺼질 우려가 있다. 또한 고온 다습한 장마철에는 에어컨 필터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습기로 인한 곰팡이나 악취 방지를 위해서는 차에서 내리기 5분 전 에어컨을 끄고 송풍 팬을 가동해 에어컨 내부의 습기를 말려줘야 한다.
폭염에 대비해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기상청은 장마가 끝난 7월 하순쯤에 극심한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름철 높은 기온과 아스팔트와의 마찰열로 인해 타이어 내부가 팽창하므로 평소보다 공기압을 5~10% 낮춰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타이어 내부 공기가 팽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정 공기압’은 이를 모두 견딜 수 있도록 마련된 기준이다. 여름철에는 오히려 타이어의 부피 증가보다 공기압 부족 시 나타나는 내부 온도 변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부족한 공기압 때문에 뜨거운 아스팔트와의 접지면이 넓어져 열이 과다하게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 시 타이어 표면이 물결을 치는 듯한 현상(스탠딩 웨이브)이 발생하는 등 파열 위험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전기차의 경우 주의해야 할 사항이 더 있다. 전기차는 에어컨을 연속 가동할 경우 주행 가능 거리가 통상 주행거리의 70% 정도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운행 등에 나설 경우 반드시 충전소 위치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비가 많이 내릴 경우 외부에 설치된 충전기 사용도 자제하라고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권하고 있다.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연비 위주의 친환경 타이어는 젖은 노면에서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이어 성능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빗길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타이어다. 반드시 타이어 마모 상태와 공기압, 찢어짐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며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면 타이어의 수명 연장은 물론 연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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